[로리더]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23일 대법원의 조사로 징계가 청구된 사법농단 연루의혹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더 이상 미룰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국회가 탄핵을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국회가 정녕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사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박판규 변호사는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37기를 수료하고 판사로 임관해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수원지방법원에서 근무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맨앞)
토론회에 참석한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맨앞)

박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관대표들이 결의한 내용은 ‘징계와 함께 탄핵을 검토할 만큼의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한’ 것”이라며 “이것도 탄핵을 ‘촉구’라는 원안을 수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채택한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헌법적 확인 필요성에 관한 선언’에서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 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의결했다.

박 변호사는 “이러한 법관대표회의의 결의를 정치적이라고 공격하는 사람들은 문장을 오독하고, 사법농단 사건의 심각성을 애써 외면하려 하고 싶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시기상조라고 하시는 분들은, 박근혜 탄핵사건을 애써 모르는 척 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된 것을 상기시켰다 

박판규 변호사는 “법원 내 3차례 보고서, 법원 내 징계청구서,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에 필요한 내용은 다 있다”며 “직권남용죄의 특성이나 임종헌 공소장에 비추어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에도 기소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탄핵을 더 이상 미룰 아무런 이유도 없다”고 국회가 탄핵을 빨리 추진해야 함을 강조했다.

법원 내 보고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접 구성한 ‘진상조사위원회’, 김명수 대법원장이 구성한 ‘추가 조사위원회’, 그리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단장이었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 등의 조사보고서를 말한다.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6월 15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평판사 2명 등 13명을 법관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4일 사법농단 중간 실무책임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 기소했다.

왼쪽 위에서 세번째가 박판규 변호사. 이날 토론자로 참여했다.

판사 출신인 박판규 변호사는 “법관대표들의 결의는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하여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고위법관들과는 달리, 많은 판사들은 관련 법관들에 대한 탄핵절차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고, 스스로 그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음을 고백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가 바로 탄핵”이라며 “안동지원 6명의 판사들이 밝혔듯,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사법부의 신뢰는 다시는 회복되기 어렵다. 그리고 적어도 사법부 내부에서의 자정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 어떤 법원개혁도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탄핵의 불가피성을 짚었다.

박판규 변호사는 “이 모든 헌법 위반 행위들이 ‘관행’이나 ‘윗사람의 조언’ 정도로 용인되는 나라를 상상해 보라”면서 “이번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 국회가 정녕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참혹한 사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 특별재판부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법률가 의견 발표’ 기자회견의 사회를 맡은 염형국 변호사는 “법관의 농단사태에 대해서 가만히 있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칙이 아니라, 사법농단 법관의 파면을 추진하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일동(6명)은 지난 1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 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결의를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제안서에서 “작금의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법원의 권위는 물론 전체 판사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는 포섭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지게 하고, 신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행동은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 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판사들은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형사 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후 교정 절차인 탄핵 절차 진행을 촉구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판사들은 “이러한 노력은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 대한 법관들의 최소한의 실천적인 의무”라며 “이러한 사법부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 없이 검찰과 같은 외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은,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외면하는 방관자적인 처신”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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