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19일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 대한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한다”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사법연수원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채택한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헌법적 확인 필요성에 관한 선언’에서 “우리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특정 재판에 관해 정부 관계자가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해 준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연락해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재판절차 진행에 관해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부정적으로 봤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대법원)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대법원)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현안 서면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부터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박병대 전 대법관은 지난 14일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공소장에 30차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적시돼 있고, 수사에 따라 혐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박 전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법원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사법개혁을 바라는 소장 판사들의 제안이 반영된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먼저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고, 통렬한 자기반성과 내부의 자정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며 “오늘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검찰조사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결정이 사법개혁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국회도 특별재판부 설치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며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과 사법개혁을 위한 특별재판부 도입에 야당의 즉각적인 동참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채택했다”며 “사법농단 사태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고백하고, 자성과 쇄신의 의지의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그동안 ‘사법농단’ 사태와 그 대응 과정에서 법원은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빈축을 샀다. 국민들의 사법부 불신도 극에 달했다”며 “늦었지만 사법부 스스로가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추락한 위상을 되찾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법농단 사태를 앞장서 해결함으로써 사법부가 환골탈태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사법부 법관들에 의해 법관 탄핵 주장이 나온 것은 사법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법관들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강제징용사건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재판을 정치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밝혀져서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며 “이러한 사법농단에 직접 참여했던 판사들이 과연 사법부를 맡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고려하면, 독립된 사법부로 나아가기 위해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서 나온 법관들의 의견은 사법부를 살리기 위한 옳은 결정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평화당은 사법농단 사건 초기에 이미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추진 검토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며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추진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바로 세우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현직 판사들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사법농단 사건의 주역들에 대한 구속과 압수수색 영장들을 법원이 수시로 기각시키면서, 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져만 가는 이 시점에서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변인은 “정치권력에 아첨하고, 법관의 권능을 일신의 영달을 위한 수단쯤으로 치부하던 판사들로 인해 법원에 온통 썩은 내가 진동했어도 아직까지 사법부 내의 양심은 살아 있었던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의당은 이미 원내 정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사법농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사법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여론은 이미 압도적이고 법관들 또한 자정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제 국회의 몫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하루 빨리 사법 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며 “정의당은 정의로운 판사들과 힘을 모아 사법농단 세력의 뿌리를 뽑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사법부가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에 개입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로 규정하면서 탄핵소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하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 사건에 대해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단정하는 합리적 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헌법 제27조 4항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 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사건은 이제 막 재판을 시작하는 단계다.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단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은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65조1항)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권한행사에 대법원장 건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간섭할 권한도 없고, 관여하는 자체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김명수 대법원장 출범 이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특정 정치세력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법관들이 스스로 정치의 장으로 뛰어 들어오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사법부의 정치화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매우 위험한 것으로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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