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조석제 법원본부장이 19일 사법농단 관련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대법원 앞에서 삭발식을 거행하고 “사법농단 관련 법관 재판업무 배제, 특별재판부 수용, 사법행정회의에 법원노조 참여”를 요구하는 법원공무원들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적폐법관 재판업무 배제 및 특별재판부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이 투쟁사를 하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언이 특별재판부의 필요성에 대해 연대사를 했다.

또 법원본부 이근호 사법개혁위원장과 이미자 의정부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후에는 조석제 법원본부장의 삭발식이 거행됐다. 기자회견에는 법원본부 운영위원과 전국 지부장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은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지난 11월 14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제 검찰 수사가 사법부 최고위층을 향하고 있다. 지난 7일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오늘은 박병대 전 처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 이제는 고영한 전 처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남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11월 9일 전국의 법원공무원 500여명이 연가를 내고 바로 이 자리에서 양승태 구속, 적폐법관 OUT, 사법행정회의 노조 참여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조석제 본부장은 “사법농단의 몸통으로 검찰 수사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법원공무원들의 요구사항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좀 더 분명하게 전달하고자 노동조합 대표로서 저는 중대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자리에서 삭발하고자 한다”며 “그래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고위법관들에게 사법부가 아직도 조직이기주의에 빠져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외면하고, 사법농단 법관들을 비호하는 등 사법적폐 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사법부 독립과 신뢰회복의 기회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절박하게 전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삭발한 조석제 법원본부장
삭발한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 본부장은 “임종헌 전 차장의 공소장을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 중 상당수는 윗선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건을 작성하거나 재판 결과를 왜곡한 피해자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위법인 줄 알면서도 부장판사 승진 누락, 부정적인 근무평정 등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했지만, 결국 부당한 지시를 이행했고, 그 대가로 어떤 이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이라는 달콤한 결과물을 챙겼으며, 어떤 이는 강제징용 관련 문건을 작성하고 퇴직 후에는 일본회사 측 소송대리를 맡았던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입사하는 특혜를 누리기도 한 공범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이들이 아직도 버젓이 법대 위에 앉아 재판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라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을 즉시 (재판) 업무에서 배제하고, 자체 징계절차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본부장은 “또한 국회 차원의 법관 탄핵절차가 진행된다면, 이에도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9일 연가를 내고 결의문화제에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9일 연가를 내고 결의문화제에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조 본부장은 “아직도 11월 9일 (대법원 정문에서 진행된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 참석한 500여 법원공무원들이 함성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며 “그 날은 최일선 민원현장에서 묵묵히 업무만 수행하던 1만 4천여 법원공무원들이 5천만 민중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법행정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이제는 당당한 주체로 나서겠다는 선언하는 날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사법행정회의의 노동조합 참여는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인 요구가 아니라, 사법농단이 일어난 근본적 원인인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시키고, 엘리트 관료법관 체제를 해체시키기 위해 수평적인 사법행정 최고의결기구를 구성하고 여기에 법관들뿐만 아니라 노동, 여성, 독립유공자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및 사법부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사법행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법원공무원들을 대표하는 헌법상 조직인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것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법원본부장은 “기자회견 후에는 삭발을 하고, 의견서를 대법원장에게 제출할 예정”이라며 “사법부 독립과 신뢰 회복을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법원본부 1만 조합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14만 조합원의 힘으로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주업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그러면서 “이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검찰 수사가 마치고 나면 사법농단 사건은 법원의 재판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의도된 재판 과정과 결과를 만들기 위해 재판 관련 규정을 억지로 뜯어 고쳤던 사법농단 사건을 사법부가 바로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또한 조석제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법원 내부통신망에) 검찰 수사의 부당성 운운하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는 일부 법관들도 자중하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며 “사법농단 재판과 사법개혁을 방해하기 위해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한다면 노동조합은 결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