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군 복무 중 사망해 ‘자살’로 처리됐다가 뒤 늦게 ‘순직’으로 인정된 경우 유족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시점을 순직이 인정됐을 때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는 당초 ‘자살’에서 6년 후 ‘순직’으로 결정된 B중위의 어머니 A씨가 “아들의 유족연금 신청기간(5년)이 지났다고 연금을 지급해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고충민원에 대해 유족연금 지급을 재심의 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고 15일 밝혔다.

B중위는 2010년 11월 부대 인근 자신의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고, 이듬해 2월 군은 B중위의 사망을 ‘자살’로 처리했다.

이후 두 차례의 소송과 국방부 재조사를 거쳐 2016년 10월 국방부는 “고인의 사망이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관련한 구타ㆍ가혹행위 또는 업무과중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자해행위를 해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순직 Ⅲ형’으로 다시 결정했다.

유족은 B중위가 순직군인으로 인정받자 지난해 3월 유족연금을 신청했으나, 국방부는 “B중위 사망 후 5년간 연금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유족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국민권익위의 조사결과, 유족은 군이 B중위 사망을 당초 ‘자살’로 결정했기 때문에 사망 당시 유족연금을 신청할 수 없었다.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유족연금은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복무 중에 사망한 때”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어 B중위 유족은 유족연금 신청권이 없다고 보고 유족연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B중위가 2016년 10월 ‘순직 Ⅲ형’으로 다시 결정되면서 유족연금을 청구했지만, 이번엔 ‘군인연금법’이 정한 소멸시효 5년이 이미 지난 상태였다.

국방부는 사망(자살) 이후 5년이 지난 뒤 순직으로 결정된 B중위와 유사한 18명 가운데 8명은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 유족연금을 지급했다. 나머지 10명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국방부가 과거 일반사망으로 처리했던 군 사망자에 대해 재조사 등을 거쳐 ‘순직 Ⅲ형’으로 다시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 유사한 피해자가 많이 생길 수 있다.

국민권익위는 ▲순직으로 인정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유족연금 지급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아 유가족이 유족연금을 신청할 수 없었던 점 ▲이미 유족연금을 지급한 8명과 B중위의 사례가 다르지 않은 점 ▲선임병들로부터 온갖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장병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까지의 기간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다”라고 판단했던 점 ▲정부법무공단이 국방부에 자문한 법률검토에서도 “유족들은 ‘공무상 사망’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유족연금수급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한 점 등을 근거로 국방부에 유족연금 지급을 재심의 할 것을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권태성 부위원장은 “아들의 사망으로 고통을 받아온 유가족들에게 소멸시효가 완성돼 유족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면서, “국방부는 조속히 재심의 해 유족연금 지급을 결정하고 유사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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