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5일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음이 명백히 확인됐고, 특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공소장을 통해 탄핵의 법적 요건은 충분히 확보됐다”며 “이런 법관들이 법대에서 계속 재판업무를 보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국회는 신속히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4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개입 의혹 등 사법농단의 ‘핵심적 실무 책임자’로 지목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며 재판에 넘겼다.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로서는 처음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임종헌에 대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직권남용 등 30여개 혐의를 적용했고, 그 공소장만 243장에 이른다.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호철 민변 회장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호철 민변 회장

이와 관련,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단장 천낙붕 변호사)는 이날 “사법농단의 공정한 재판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 법관 탄핵의 신속한 진행이 더욱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변은 “임종헌 공소장에는 양승태, 박병대, 고영한 등 전직 대법관들의 공모가 적시돼 있어 이들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기소가 예정돼 있다”며 “즉 임종헌의 기소는 사법농단 수사의 첫 단계에 불과할 뿐, 향후 더 많은 관여 법관에 대한 기소와 재판이 필연적이다”라고 말했다.

민변은 “이제 관건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을 법원이 할 수 있느냐에 있다”며 “현재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고, 60%를 넘는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대법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해당 법안이 부적절 또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법농단 사건 관련 회피 또는 재배당의 경우를 대비해 형사합의재판부 3개부를 증설하는 방식으로 특별재판부 도입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재판부) 특별법에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세운 방식 또한 법원 스스로가 금과옥조로 내세운 임의배당 주장과 배치될 뿐더러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정한 재판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논의는 현재도 유효하며, 오히려 임종헌의 기소를 통해 더욱 절박한 과제가 됐다”며 “국회는 논리가 빈약한 ‘특별법 위헌론’ 주장에 발목 잡혀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특별법 통과를 위한 논의에 당장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생산적 논의를 위해 대법원 등이 내세운 주장의 허구성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짚지 않을 수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회에서 열린 사법농단 토론회 자료사진

먼저 ‘대상사건의 범위’와 관련, 대법원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가 구성될 경우 담당하게 될 사건의 범위가 수사기관의 주관적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변은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된 사건’ 또는 ‘수사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발견돼 기소된 관련사건’이라고 명시된 법 문언만으로는 특별재판부가 담당하게 될 사건의 범위를 특정할 수 없으며, 이는 결국 대상사건의 범위에 관한 논란을 자초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라면서 “그러나 대상사건 범위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입법 취지 내에서 국회가 입법정책적으로 정할 문제일 뿐이고, 더욱이 특별법은 이미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한 사건’으로 그 범위를 8가지로 나누어 한정하고 있는 바 대상이 한없이 넓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대법원은 현행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법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제척ㆍ기피ㆍ회피 제도로도 충분히 사법농단 관련 재판의 공정성을 기할 수 있음에도 해당 법안이 법관의 제척사유를 지나치게 확대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그러나 2013년부터 올해 6월 사이 전국 법원에 신청된 총 5591건의 제척ㆍ기피ㆍ회피 신청 중 인용된 것은 단 7건에 불과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임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게다가 사법농단 핵심 관여자들은 대부분 사법행정권자로서 법원 내 인사권, 근무평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직 법관이 다수이며, 1심은 물론 서울고등법원 재판부 대다수가 공정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장래 기소된 법관에 대한 무죄 판결을 예단하는 법원 내 일부 분위기도 매우 우려스럽다”며 “대법원은 이러한 상황과 기존 제도의 명백한 한계, 공정한 배당과 재판에 대한 국민적 불신에 대해서 제대로 답하지는 않은 채 ‘우리를 믿어 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세 번째로,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설치가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1, 2, 3공화국 헌법에서는 당시 헌법상 특별재판소 설치 근거가 있었음에 비해, 지금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는 현행 헌법에 설치 근거가 없고, 특별재판부가 ‘법률이 정한 법관’(헌법 제27조제1항)으로 구성되지 아니하며, ‘사법행정권의 핵심’인 사무분담ㆍ사건배당에 국회 등이 개입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침해이고,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원칙에 위배돼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민변은 “그러나 1공화국 헌법에는 특별법만 언급돼 있고 특별재판부 규정 자체가 없다. 제2공화국 헌법(1960. 11. 29. 개정) 부칙에 특별법과 함께 특별재판소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특별재판부가 아니라 특별재판소로서 일반 법원과 별개의 법원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조직된 법원에 속한다’라는 2공화국 헌법 제76조 규정과 충돌되므로, 당연히 헌법상 설치 근거 규정을 두게 됐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변은 “반면 사법농단사건 특별재판부는, 현재 존재하는 법원 내에 직업 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서, 과거 법관이 아닌 변호사, 사회인사, 국회의원까지 재판관으로 임명했던 반민족행위특별재판소나 별개의 법원으로 설치된 3ㆍ15 부정선거 관련 특별재판소와는 그 논의의 층위가 다르고, 헌법상 근거가 별도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한 “헌법은 ‘법률이 정한 법관’(제27조 제1항)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법원조직법이 정한 법관’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별도의 특별법에 의해 해당 재판부 소속 법관을 별도로 정하는 것은 엄연히 헌법이 예정한 ‘법률이 정한 법관’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더 나아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는 법률의 근거 없이 행정부 등이 개별 재판의 사무분담 등에 개입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국민의 대표로 구성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해 사무분담, 사건배당의 예외를 정하는 것이므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과 상호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원칙에 근거해 사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무엇보다 무작위로 사건배당을 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을 위한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전담재판부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예규’에 규정된 사항일 뿐, 헌법 규정사항이 아니다”며 “따라서 사법농단 관련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무작위 사건배당보다 사법농단 관련자가 아닌 법관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돼 이러한 내용을 특별법에 규정한다고 하여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각급 법원은 선거사건과 같이 특정 종류의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를 지정해 해당 종류의 사건에 대해서는 그 전담재판부에만 사건을 ‘인위적으로’ 배당하는 형식으로 사무를 처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농단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해 관련 사건을 배당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을 해칠 우려도 없다고 봐야 한다”는 말했다.

대법원은 특별법이 통과돼 특별재판부가 설치될 경우 피고인들을 중심으로 특별법에 대한 위헌논란이 지속돼 피고인들이 재판절차 진행에 협조하지 않을 우려가 있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반복돼 재판이 정지되는 등 입법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변은 “피고인이 재판절차 진행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에도 궐석재판 등을 통해 얼마든지 재판 진행이 가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 제기되더라도 해당 재판부가 이를 기각할 경우 재판은 정지 없이 진행되므로 이러한 주장만으로 특별법의 부적절성을 논하는 것은 그 논리가 빈약하다”며 “나아가 이러한 주장은 피고인인 전ㆍ현직 법관과 재판을 할 장래의 법관에게 지침을 제시하는 부당한 행위다”라고 반박했다.

네 번째로, 대법원은 제1심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도록 규정한 것이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제1항)’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변은 “그러나 현행 법제도상 국민참여재판은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제한적 역할(권고적 효력)만을 수행하며 배심원의 평결에 법적 기속력이 없는바, 1심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의 보장’을 침해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며, 헌법재판소도 재판의 관할과 법원조직 내 재판사무 범위의 배분ㆍ확정은 기본적으로 입법권자의 입법형성권에 의해 결정될 법률적 문제라고 봤다”라며 헌재 결정들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특별재판부 설치 법률의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많은 판사들이 특별재판부 판사 임명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임명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할 수 있고, ▲향후에도 정치적ㆍ사회적 논란이 큰 사건 또는 법원 내부인사가 관여한 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재판부의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져 사회적 비용이 과다해질 우려가 있으며 ▲사건배당ㆍ사무분담을 각급 법원의 법원장이나 판사회의가 아닌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할 수 있도록 하여, 대법원장 권한의 비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민변은 “상당수의 판사들이 특별재판부 판사 임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에 특별재판부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법원의 주장은 그 어떠한 근거도 없는 우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 번 사법농단 사태는 단순히 ‘법원 내부 인사가 관여한 사건’의 수준을 넘어서 전직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사법행정권자 다수가 관여된 사건으로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태여서 특별재판부 설치라는 특단의 조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라는 점,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 사회적 비용 발생을 방지할 책임은 법원에게도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주장 또한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변은 “더 나아가 대법원장은 별도의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판사를 임명하는 권한만 제한적으로 행사하므로, 대법원장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민변은 “임종헌 전 차장의 구속 기소로 특별재판부 설치를 이미 과거의 문제로 돌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공정한 재판이라는 대의에 반한다”며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일부 의견은 근거 없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는 법원에 대해 조직 감싸기를 위한 정치적 여론전을 당장 중단하고, 묵묵히 공정한 재판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지금 법원에 필요한 것은 세 차례의 내부 조사와 검찰수사 과정 내내 조직 보위논리에 빠져 결국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내던진 결과를 깊이 자각하는 것”이라며 “또한 국회는 국민이 납득할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특별재판부 설치를 위한 입법 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민변은 “지난 13일 법원 내에서 판사들이 스스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의 위헌성에 대한 고백’을 촉구하며 전국법관회의에 법관 탄핵 안건 논의를 요청한 것의 의미를 주목한다”며 “이와 같은 법원 내부로부터의 통렬한 반성과 행동만이 진정한 법원 개혁으로 가는 정도”라고 말했다.

민변은 “현재까지 나온 각종 조사보고서와 문건, 검찰의 수사결과 만으로도 이미 상당수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음이 명백히 확인됐고, 특히 임종헌에 대한 방대한 공소장을 통해 탄핵의 법적 요건은 충분히 확보됐다”며 “이러한 법관들이 법대에서 계속 재판업무를 보는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국회는 신속히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