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후원’과 ‘외유성 출장’ 논란에 휩싸였던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나오자 즉각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사표를 수리했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제19대 국회의원 시절 민주당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에 임기 만료 직전 5000만원을 기부해 ‘셀프후원’ 논란을 빚었다. 또한 국회 상임위 산하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외유성 출장 비판도 받으며, 야권으로부터 강력한 사퇴 압력을 받았다.

이에 청와대는 지난 12일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사항을 보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몇 가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선관위의 공식적인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서였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식 모습(사진=금융감독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취임식 모습(사진=금융감독원)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권순일 대법관)는 16일 전체 위원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의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적법 여부 등’에 대한 질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유권해석을 내렸다.

청와대는 “첫째,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게 적법한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당해 단체의 정관ㆍ규약 또는 운영관례상의 의무에 기하여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지 아니할 것이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같은 법 제113조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그러면서 “따라서 국회의원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회비 등을 납부하는 경우 유효하지 아니한 정관 또는 규약에 근거하거나, 유효한 정관 또는 규약이라 하더라도 부담 금액을 명확히 규정하지 아니한 때에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청와대는 “둘째,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보좌직원들에게 정치활동 보좌에 대한 보답과 퇴직에 대한 위로를 위하여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금전을 지급하는 것은 정치활동을 위하여 소요되는 경비에 해당하여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셋째,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것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행위가 정치자금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해외출장의 목적과 내용, 출장의 필요성 내지 업무관련성, 피감기관 등의 설립목적 및 비용부담 경위, 비용지원 범위와 금액, 국회의 지원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상규상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청와대는 “넷째, 해외출장 중 관광을 하는 경우가 적법한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판단은 우리 위원회의 소관사항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국회의원이 정책개발 등 정치활동을 위한 해외출장 시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출장목적 수행을 위해 보좌직원 또는 인턴직원을 대동하거나 해외출장 기간 중 휴식 등을 위하여 부수적으로 일부 관광에 소요되는 경비를 정치자금으로 지출하는 것만으로는 정치자금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며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당시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추어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위법 여부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국민들의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그러나 당시 국회의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판단에 따라야 하겠지만, 위법한지, 당시 관행이었는지에 대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선관위에 판단을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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