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고등학교 교장이 학교 연수 회식자리에서 여교사가 원치 않음에도 잡아끌어 블루스를 추도록 한 것은 업무상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서울지역 모 고등학교 교장인 A씨는 2013년 7월 학교 교직원 연수 장소인 수련원 근처 노래방에서 소파에 앉아 있던 여교사가 거부함에도 무대로 데려가 껴안고 블루수를 추면서 몸을 밀착시키는 등 업무상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교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및 서울시교육청 지침 등에 따라 교내 성폭력 사건을 보고 받으면 학부모에게 알리고 교육감에게 발생보고를 해야 하며, 경미한 사안도 지체 없이 전담기구 또는 소속 교원에게 사실여부를 확인 및 조사하도록 지시ㆍ감독해야 하는 직무상의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A씨는 교감을 통해 ‘교사가 여학생을 강제추행 했고, 이를 촬영한 동영상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해당 교육청에 보고하거나 사안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및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교장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지위, 나이, 관계에 비추어 업무상위력이 인정되고,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내색을 했음에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잡아끌어 팔로 피해자를 강하게 감싸고 계속 블루스를 추었고, 피해자가 피고인과 몸 정면이 서로 맞닿지 않게 자신의 몸을 뒤로 빼려 노력하다가 다른 사람이 떼어내어서야 비로소 피고인이 행위를 멈춘 경위, 결국 피해자의 몸과 접촉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가 피고인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거나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ㆍ하체 정면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며 강제추행을 유죄로 판단했다.

또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관련 법령 및 지침에 의하면 학교장인 피고인에게 성추행 사건 발생 시 진상조사 등 조치를 취할 직무상 의무가 인정됨에도 진상조치 등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데 어떠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도 않으므로, 직무의 의식적 방임 내지 포기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대법원에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교장인 피고인(A)이 거부의사를 밝힌 여교사를 잡아끌어 블루스를 춘 것이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또 교장인 피고인이 교내 강제추행사건 발생보고를 받은 경우 이를 교육청에 보고하고 진상조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직무상의무가 인정되는지, 나아가 피고인이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내지 포기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강제추행 및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서울지역 모 고등학교 교장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심의 사실인정 및 법리판단을 수긍해 유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외견상 폭행, 협박이 수반되지 않았더라도 업무상 위력의 행사에 의해 성(性)적으로 예민한 부분에 대한 밀접한 접촉을 수반하는 사교댄스를 추도록 한 경우 업무상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본 사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교내 성폭행 사건의 발생을 인지한 교육기관의 장에게 상급 교육청에 대한 보고의무 등이 인정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 사례”라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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