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국회에 촉구해야 한다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들은 1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 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결의를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안동지원 법관은 권형관, 박노을, 박찬석, 이영제, 이인경, 차경환 판사 6명(가나다순)이다. 특히 차경환(사법연수원 27기) 판사는 안동지원장이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는 대구지법 대표판사 3명에게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안 발의 제안>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오는 11월 19일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대표판사들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구내식당에서 만찬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안동지원 법관 일동은 제안서에서 “작금의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법원의 권위는 물론 전체 판사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며 “그리고 이러한 무너진 신뢰가 언제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러한 시기에 안동지원 법관 일동은 평정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고자 각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에 더해 어떻게 하면 무너져 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관해 법관으로서,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판사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향후 특별재판부에서든 일반재판부에서든 법원의 재판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형사 절차가 종료되기까지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판사들은 “무엇보다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는 포섭되지 않는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역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지게 하고, 그 신뢰회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국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요? 저희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법관들은 오랜 고민 끝에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 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판사들은 “대표적으로 ‘①특정 재판에 관하여 당사자가 아닌 정부 관계자와 비공개적으로 회동하여 재판의 진행방향에 관하여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을 하여 준 행위, ②특정 재판에 관하여 일선 재판부에 연락하여 특정한 방향의 판결 주문을 요구하거나 재판절차 진행에 관하여 의견을 제시한 행위’ 등은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라고 판단했다.

판사들은 “물론 재판부가 사건 처리에 관해 동료나 선배 법관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를 참고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순수한 의도의 조언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등과 비교해) 법원의 위상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나 ‘행정부와의 원활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면서 특정 사건의 재판에 관해 조언이나 요청을 하는 것은 어떠한 선의의 의도나 명분을 갖다 대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를 사법부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지금 이 시점에서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명백한 재판 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형사법상 유무죄의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며 “그리고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형사 절차의 진행과는 별개로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후 교정 절차인 탄핵 절차 진행을 촉구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판사들은 “이러한 노력은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에 대한 법관들의 최소한의 실천적인 의무”라며 “이러한 사법부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 없이 검찰과 같은 외부조직의 도움을 받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는 것은, 법관들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외면하는 방관자적인 처신”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와 같은 법관 탄핵 발의 안건이 전국법관대표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그에 따라 채택돼 결의되기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판사 일동은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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