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른바 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현장에서 의자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앉는 방법 등으로 공사차량들이 공사현장을 드나들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4월 26일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제주민군복합항건설 공사현장 주출입구 앞에서 ‘해군의 불법공사는 현행법 위반이다. 경찰은 해군을 체포하라’라고 기재된 피켓을 들고 의자에 앉아 버티는 방법으로, 레이콘 등 공사차량들이 공사현장을 드나들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제주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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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신재환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검사가 제출한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무죄를 선고했다.

신재환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중 수사보고(채증자료)는 CD에 저장돼 있는 동영상 파일을 경찰관이 재생해 시청하면서 화면캡쳐 한 결과를 기재한 것이고, 각 캡쳐사진은 화면캡쳐를 해 사진으로 출력한 것으로서 실질적으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은 CD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의 내용이므로, CD에 있는 동영상 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일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CD에 저장돼 있는 동영상 파일은 현장에서 촬영된 원본을 전자적 방법으로 복사한 사본이고, 현재 영상의 원본 파일은 이미 삭제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신 판사는 “그렇다면 CD에 저장된 사본이 처음 촬영된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같은 점(동일성)과 원본이 사본으로 저장될 때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무결성)이 인정되어야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인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 당시 현장에서 촬영된 원본이 CD 사본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편집되는 등의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해 사본으로 만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CD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신재환 판사는 “피고인은 의자에 혼자 앉아 있었을 뿐 직접 공사현장으로 들어가거나 공사차량에 물리적인 유형력을 행사한 적은 없는 점, 제주도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국방부장관(해군참모총장)에게 오탁방지막에 대한 보수 전에 공사를 중지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봐 피고인이 주장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실제로 근거가 있었던 점, 당시 주변에 100명이 넘는 많은 경찰들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면서 공사가 방해되지 않도록 대기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이 앉아 있던 시간이 6분으로 길지 않아서 피고인의 행위로 실제 공사 업무에 방해가 있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앉아 있었던 행위가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힘들 뿐 아니라 피해자들의 공사업무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을 발생하게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3년 4월 12일 낮에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민군복합항건설 공사현장에서 의자와 현수막을 설치하고 안거나 서있으며 버티는 방법으로 9분 동안 레미콘 등 공사차량들이 공사현장을 드나들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재판부인 신재환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7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검사가 제출한 디지털증거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아 무죄를 선고했다.

B씨 사건은 국선변호인 강기탁 변호사가 맡아 변론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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