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폐의 핵심 양승태, 적폐 판사들 바로 여기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있지 않느냐.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일선에서 일하는 법원공무원들이 화살을 맞고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권리보장도 못하는 피해를 봐야 하느냐”

함찬희 법원공무원은 “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의 문제로 인해 외부의 인식이 좋지 않아, 인사혁신처나 기획재정부와 (사법부 예산) 협상 시에 법원의 말발이 안 먹힌다고 한다”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가운데)이 9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서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가운데)이 9일 대법원 앞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서 현장발언을 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가 11월 9일 대법원 앞에서 주최한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한 양승태 구속! 노동존중 법원을 위한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 참석해서다.

지난 9일 대법원 정문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

전국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 500여명은 이날 결의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연가를 내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에 집결했다. 법원공무원들의 연가 투쟁으로는 최다 인원이 참여했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9일 연가를 내고 결의문화제에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9일 연가를 내고 결의문화제에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이날 법원공무원들은 “양승태 구속! 적폐법관 OUT! 사법적폐청산” 문구가 적힌 손 표지판을 들고 나왔다. 표지판 양면에는 “비정규직 철폐! 사법행정회의 노조 참여! 단체교섭 승리!”도 담았다.

문화제에서는 조석제 법원본부장의 대회사에 이어 김주업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의 투쟁사 그리고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과 조창익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의 사법농단 피해자 발언이 있었다.

왼쪽부터 전국공무원노조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김주업 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창익 전교조위원장,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왼쪽부터 전국공무원노조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김주업 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창익 전교조위원장,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이어 법원본부 광주지부 따르릉 율동팀의 공연 다음에, 3명의 법원공무원들이 현장발언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법원본부 광주지부 율동팀 공연
법원본부 광주지부 율동팀 공연

이날 문화제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함찬희 법원공무원은 “법원본부 단체교섭 제6분과 대표를 맡고 있는 제도개선위원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 보호받지 못한다. 힘든 걸음, 마다 않고 여기 모이신 법원조합원 여러분, 여러분이 법원의 주인, 참된 주체다. 저 역시 법원의 주인으로서 여러분과 하나 되어 1만 조합원의 권리보장을 요구하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함찬희 위원장은 “저는 요즘 단체교섭의 (법원본부) 교섭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교섭의 분위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 법원 교섭위원들은 대부분의 조항에 관해서 인사ㆍ예산ㆍ정책 부분이라 비교섭 대상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고 법원행정처와의 단체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전했다.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

특히 함 위원장이 “이른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의 문제로 인해 외부의 인식이 좋지 않아, 인사혁신처나 기재부(기획재정부)와 (사법부 예산) 협상 시에 법원의 말발이 안 먹힌다고 한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의 웃음이 나왔다.

법원공무원용 법복을 입고 문화제에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법원공무원용 법복을 입고 문화제에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은 그러면서 “그런데 여러분, 사법적폐의 원인이 법원조합원들이냐? 사법적폐의 핵심 양승태, 적폐 판사들 바로 여기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있지 않느냐”며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따로 있는데, 왜 일선에서 일하는 법원공무원들이 화살을 맞고 근로조건 개선에 대하여 권리보장도 못하는 피해를 봐야 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참석자들은 “맞습니다”라며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9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 연가를 내고 참석한 법원공무원들<br>
9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 연가를 내고 참석한 법원공무원들<br>

함찬희 위원장은 “우리는 원한다. 노동조합 활동이 보장되는 직장, 승진이 공정한 직장, 재판ㆍ민원ㆍ행정ㆍ보안 등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노동 가치에 차별이 없는 직장, 신변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직장,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 업무과중을 이유로 건강을 잃지 않는 직장을 원한다”고 말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좌측부터 이연화 고양지부 사무국장,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 김광준 서울가정행정지회 지회장

함 위원장은 “또한 우리는 비정규직이 없는 직장을 원한다.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는 건, 이것은 차별의 시작이다”라면서 “법원의 속기사, 가사조사관, 보안관리대원들은 같은 일을 하는 직렬에 있음에도 비정규직으로 채용돼 늘 신분 불안을 겪으며 임금체계도 달리 적용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군가는 ‘때가 되면 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들은 (재계약) 3년, 5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노심초사하며 평가의 대상으로 견뎌야 한다”며 법원에서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들의 고용불안을 전했다.

이어 “혹시라도 내가 정규직 채용에 탈락되지 않을까 하는 고용에 대한 불안은, 여러분이 승진의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라고 말했다.

9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 연가를 내고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9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열린 법원공무원 결의문화제에 연가를 내고 참석한 법원공무원들

함찬희 제도개선위원장은 “법원은 수없이 듣고 말해온 법원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의 역할을 선도적으로 구성원들을 살피는데서 부터 수행하라”면서 “법원은 다른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에 모범이 되도록 앞장서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함찬희 위원장은 “우리는 국민으로서, 법원공무원으로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법원의 지킴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피부로 와 닿기를 바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면서 “우리는 요구한다. 법원은 단체교섭에서 정부의 정책이나, 법의 안전망 뒤에 숨거나, 사법농단을 핑계로 책임회피 하지 말라”며 “현장의 살아 있는 1만 조합원의 목소리를 똑바로 들으라”고 강조했다.

함찬희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간절한 호소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잘 전달되도록 구호를 외치겠다”며 “단결 투쟁의 의미를 담아 저기 담장 안에 있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직원들이 다 함께 외칠 수 있도록 외치겠다. ‘단체교섭 승리를 위하여, 하나 되어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이에 참석자들은 “잘한다, 잘한다”라는 뜨거운 반응을 나타냈다.

대법원 담벼락에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과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대법원 담벼락에 “양승태를 구속하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김주업 위원장과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이날 법원공무원들은 결의문을 발표하며 “사법농단 주범 양승태 구속과 적폐법관 퇴출될 때까지 적극 투쟁에 나설 것과 사법행정회의 참여가 보장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결의문은 김대경 울산지부 사무국장과 조현중 대전지부 사무국장이 발표했다.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이 결의문 발표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이 결의문 발표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편, 법원공무원들은 결의문화제를 마친 뒤 대법원 담벼락 둘레에 법원본부 24개 지부의 현수막을 곳곳에 내걸었다. 법원공무원들의 외침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법원공무원들이 대법원 담벼락에 붙인 현수막들
법원공무원들이 대법원 담벼락에 붙인 현수막들

법원공무원들이 내건 현수막은 “적폐법관 사퇴하라!”, “사법행정회의 노조 참여 보장!”, “판사는 법정으로! 행정은 법원공무원이!”, “사법적폐 청산하자!”, “능력평가시험 폐지하라”, “단체교섭 승리하자” 등이었다.

대법원 정문 앞을 지나는 문화제 참가자들
대법원 정문 앞을 지나는 문화제 참가자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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