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을 다룰 특별재판부법에 대해 대법원이 국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 이 법을 대표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대법원 의견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안철상 처장이 회피ㆍ기피제도 활용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언제 법원이 그렇게 기피ㆍ회피 제대로 했습니까”라고 호통을 쳤다. 안 처장은 박 의원의 질문을 받는 내내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 호통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우). 사진=국회방송 화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 호통치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우). 사진=국회방송 화면

대법원이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특별재판부법에 대한 의견은 ▲특별재판부의 대상사건 범위가 넓어질 우려가 있고 ▲사법농단 사건에 대해서만 제척사유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현재 회피ㆍ기피제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특별재판부가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해당하지 않으며 ▲국민참여재판 강제는 ‘법관들만 판단하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날 사법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의원은 법원행정처에 대한 질의에서 “법원행정처에서 만들었다고 하는 제가 대표 발의한 ‘특별재판부 법률안’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급하게 읽었다. 눈에 띄는 몇몇 대목이 있어서 질문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법원행정처 의견서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과거 제1ㆍ2ㆍ3공화국 당시에 특별재판부가 설치됐으나, 이 경우에는 헌법상 근거가 있었다. 그런데 ‘이 법률안(사법농단 특별재판부)에서 얘기하는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이렇게 돼 있다. 이 내용은 지난 국정감사 때에도 말씀하신 적이 있죠”라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확인했다.

박 의원은 이어 “예전에 반민족행위자에 대해서 처벌하는 특별재판부가 만들어졌었던 것에 기반해서 이런 말씀을 하는 것이다. 그렇죠”라고 물었고, 안철상 처장은 “예, 그런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변호사 출신 박주민 의원은 “그 당시 헌법에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 수 있다는 규정은 있었지만, 특별재판부를 만들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은 없었다는 것은 알고 계십니까”고 물었다.

이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그 부분은 검토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주민 의원은 “만날 모르시면서 답변을 하시고, 모르시면서 ‘다 위헌’이라고 그러세요”라고 면박을 주며 “그 당시 헌법에도 특별재판부를 만들 수 있다는 명문 규정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러나 어떻게 됐습니까. 특별재판부 만들었다. 아예 정치인 국회의원 5명이 참여하는 재판부를 만들었다”면서 “(법원행정처) 이 의견서에 따르면 (제1ㆍ2ㆍ3공화국 당시에 특별재판부) 그건 된다면서요”라고 따져 물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헌법 부칙에 근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초대헌법 부칙 제10장 제101조에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재판절차나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한 명문 규정은 없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좌)에 따지는 박주민 의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좌)에 따지는 박주민 의원

박주민 의원은 사법농단 재판에서 특별재판부를 설치하지 않고도, 현재의 회피ㆍ기피제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법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즉각 논박했다.

박 의원은 “두 번째로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에 위배된다. 이걸 굉장히 (특별재판부 반대의) 큰 근거로 들었다. 사건배당을 무작위로 하는 이유는, 공정한 재판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만약에 사건배당을 무작위로 했을 경우 오히려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계신 것이냐”고 따져 물으며 “사건배당의 무작위성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공정한 재판의 원칙보다 우선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안철상 처장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한 조치로서 사건배당이 무작위로 해야 한다”고 말하자, 박주민 의원은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사건배당을 무작위로 했을 때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위 배당을 주장하는 건 어패가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철상 처장은 “그런데 무작위를 안 했을 때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답답한 듯 “제가 수차례 말씀드리지만 지금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부 중에 현재 있는 배당시스템으로 배당하면 사법농단 관련된 사건이 배당될 가능성이 높은 부가 7개가 있다. 그 중 5개 재판부의 부장판사들이 이 사건 관련해서 피의자로 조사받았거나, 피해자로 조사받은 사실을 알고 계시잖아요. 7분의 5입니다. 무작위로 배당할까요”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또 “(사법농단 사건 항소심을 맡게 될) 서울고등법원 14개 재판부 판사 42명 중 무려 17명이 이 (사법농단) 사건의 관련자들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그래도) 무작위로 배당할까요”라고 물으며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 사건이 배당되면 ‘우와 무작위로 배당했으니 잘 재판하겠네’ 지금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는 거듭 “사건관계자에게 배당 되도 무작위로만 배당되면 되는 겁니까”라고 비판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되고, 법관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이상 공정한 재판을 안 한다라는 이런 근거는 없다”라고 말하자, 박주민 의원은 “그러면 자기가 피해자로 조사 받은 사건, 또 자기가 수사 받은 사건이 (본인 재판부에) 왔다. ‘나는 법관이니까 무조건 공정해’ 그렇게 하면 국민들이 ‘아 그래 법관이 재판하니까 공정하다’고 합니까”라고 반박했다.

이에 안철상 처장이 “그런 경우는 기피ㆍ회피 사유가 된다”고 말하자, 박주민 의원은 “제가 기피회피에 대해서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누차 말씀드렸다. (지난 5년간 전국 법원에) 802건의 기피신청이 제기됐으나 단 2건만 인용됐다”며 “이부진ㆍ임우재 두 사람의 이혼사건의 예를 들었다. 누가 봐도 이건 회피나 기피가 돼야 하는데, 안 되잖아요”라고 지적했다.

‘삼성 충성 문자’로 논란이 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이혼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고도 임우전 측이 낸 기피신청이 기각된 것을 예로 든 것이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언제 법원이 그렇게 기피ㆍ회피 제대로 했습니까”라고 호통을 쳤다.

박주민 의원의 송곳 질문을 받는 내내 곤혹스러워 했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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