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8일 “특별재판부는 빈사(반죽음) 상태 빠진 사법부에 산소호흡기를 대자는 것”이라며 “법원행정처가 특별재판부를 거부하는 사법부는 죽는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법원행정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지원 의원은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져버렸기 때문에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고 하는 것이 국민의 다수 여론이라는 것을 처장이 숙지하라”고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게 지적하면서다.

박지원 국회 사법개혁특위위원
박지원 국회 사법개혁특위위원

박지원 의원은 먼저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본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판결과 종교적ㆍ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며 “앞으로도 법원이 이렇게 정의와 인권 편에 서서 좋은 판결을 내려주면 (사법농단으로 추락한) 신뢰가 다시 회복 될 것으로 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그런데 법관 전체가 그런다는 것이 아니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서 일부 법관들의 태도를 보면 과연 반성하고 있는가? 또 법원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이런 게 굉장히 의심스럽다. 일부 법관들의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법원 내부통신망(코트넷)에 검찰 수사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올리는 판사들을 지적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헌법상 보장된 언론의 자유도 있기 때문에 그것(의견)을 제시함으로써 법적인 여러 가지 견해를 (토론을) 거쳐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재판에 영향을 준다든지 또는 법관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업무보고하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사진=국회방송 화면)
8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업무보고하는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사진=국회방송 화면)

박지원 의원은 “아닐 수도 있는 게 아니라, 그 법관이 재판거래 관계로 (검찰이) 이미 압수수색을 한 후에 그러한 글을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이것은 재판거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다른 법관들에게 예단과 편견을 줄 수 있는 자기변호를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그걸 묻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최근 코트넷에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면서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발하는 글을 올린 것을 지적한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후에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재판을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는 의혹을 적극 부인하는 글도 올렸다.

박 의원은 “어찌됐던 또 다른 판사가 그 판사의 글이 부끄럽다고 하니까. 다른 판사가 ‘지금 검찰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은가?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조폭같이 수사하면 검사라는 헌법기관이 왜 필요한가?(라는 글도 올렸다)”며 소장파 판사들의 온라인 비공개 카페인 ‘이판사판 야단법석’에서의 논쟁을 짚었다.

박지원 의원은 “그러면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러 ‘서류 가지고 오라’면 작성해 가지고 가고, 지시하면 메모 받아서 재판에 관계시키는 그런 사법부는 왜 헌법기관으로 표합니까”라고 따져 물으며 “검찰이 조폭수사 한다고 필요 없다면 사법부도 필요 없는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판사의) 개인적인 의사는 얼마든지 발표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금도를 지키는 것이 사법부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그 점도 유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박지원 의원은 “삼권분립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르면 (법원행정처장이) 서류 작성해 가서 보고하고, 또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시하면 (법원행정처장이) 메모해 가지고 와서 재판에 반영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재판거래 사법농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5월 25일 박근혜 청와대 시절 이병기 비서실장이 사법부에 한일 우호관계 복원을 위해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해서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부적절한 요구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게다가 검찰의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2013년 12월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에 대한 사건처리를 미루는 등의 대가로 법관의 해외파견 자리를 거래한 정황과 권순일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통상임금 사건 판결을 앞두고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드러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지원 의원은 “특별재판부는 빈사상태의 사법부에 산소호흡기를 대자는 것이다”라면서 “만약 사법부가 이번 법원행정처의 의견도 사실상 (특별재판부 설치를) 거부했는데, 그러면 사법부가 죽는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이 문제를 그냥 국민을 설득해서 넘어 갈 것 같으냐”며 “왜 특검은 되고, 특별재판부는 안 되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특검도 만들 때 ‘위헌이다’ 많은 반대가 있었다. 그렇지만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져버렸기 때문에 검찰을 위해서 특검이 생긴 것이다”라고 상기시키며 “이번에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져버렸기 때문에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고 하는 것이 국민의 다수 여론이라는 것을 처장이 숙지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철상 처장은 “국민께서 사법부에 신뢰를 못 주는 상황에서 특별재판부 법안이 나왔다는 것은 법안의 취지는 공감할 점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특별재판부는 이 정권뿐만 아니라 10년 20년 후에도 특별재판부를 할 사건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마다 이런 논의가 있다는 자체가 사법부 독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며 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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