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이자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상근 변호사로 활동 중인 최용근(35) 변호사가 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올린 장탄식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용근 변호사는 먼저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재판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적지 않은 의뢰인들을 법정으로 안내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법조계 등용문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1기 출신인 최 변호사는 노동법에 관심이 많아 민주노총 법률원과 로펌에서 실무수습을 받은 뒤 노동사건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법무법인 시민에 들어갔다. ‘시민’은 김선수 대법관이 대표변호사로 근무하던 곳이다.

최용근 변호사는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의뢰인들에게, 사법부를 믿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적지 않은 날들을 지새우며 법률서면을 썼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변론을 했다. 억울하면 상소를 했고, 확정 판결 앞에 애써 침착했다”고 그간 사법부를 신뢰하며 변호사로서의 활동을 적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사법농단 사태로 명명된 현실 앞에, 앞서 묘사한 법률가로서의 활동은 그저 신기루를 향한 돌진이었을 따름인가, 되묻게 된다”고 탄식하며 “법정으로 안내했던 많은 의뢰인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자괴감을 드러냈다.

그는 “권리를 되찾으려 법정을 찾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법정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곳이 아니었음을,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수많은 (사법농단) 문건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며 “그 사이 의뢰인들은 상처받고, 분개했으며, 고통 받았고, 또 슬픔 끝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괴로워했다.

최용근 변호사는 “일본의 법관 출신 교수인 세기 히로시(瀨木比呂志)는, 일본의 법원을 ‘절망의 재판소’라 칭하며, ‘법정에 들어서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리라’고 역설했다”며 “지금 우리의 사법부는 이러한 평가로부터 자유롭습니까. 국민의 신뢰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고 따져 물었다.

민변 공익인권센터가 페이스북에 올린 최용근 변호사
민변 공익인권센터가 페이스북에 올린 최용근 변호사

최 변호사는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 배웠는데, 왜 강제징용 사건의 원고는 (할아버지 네 분 중) 한 분만 법정에 오실 수 있었습니까. 이미 등록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은 어떻게 번복되었습니까. 삼권분립이 그리 중요하다 말씀하시면서, 법원행정처를 책임지셔야 할 법관들께서는 그리도 예민한 시기에 왜 청와대 관계자들과 만남을 가진 겁니까”고 질타했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5월 25일 박근혜 청와대 시절 이병기 비서실장이 사법부에 한일 우호관계 복원을 위해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사건에 대해서 청구기각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부적절한 요구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게다가 검찰의 외교부 압수수색을 통해 2013년 12월 차한성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공관에서 만나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에 대한 사건처리를 미루는 등의 대가로 법관의 해외파견 자리를 거래한 정황과 권순일 대법관이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통상임금 사건 판결을 앞두고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도 드러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최용근 변호사는 또 “일선 법원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면 되는데, 법원행정처에서는 왜 그리 일선 법관의 심증을 확인하고 싶으셨습니까. 나아가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는데, 같은 법원의 수석부장판사께서 왜 판결문의 문구에 대해, 또 낭독할 선고 요지의 문구에 대해 관여하십니까”라고 따졌다.

최 변호사는 “행정기관의 처분에 대한 다툼이 있어 재항고심이 계속된 상황에서, 대법관님들께서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면 될 일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왜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고민하십니까”라며 “(행)정부 운영에 대해 사법부가 협력할 의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도출되는 것입니까,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인식하시는 것 자체로 삼권분립원칙에 반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용근 변호사는 “고르고 고른 위 질문의 그 어느 하나도 저는 정당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미력한 탓입니까. 세상 물정을 모르는 한가하고 한심한 질문일 따름입니까”라면서 “이렇게 처참한 시기에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럽고 눈물이 나는 저는, 그저 감정의 과잉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까”라고 장탄식했다.

이 같은 최 변호사의 글에 권성중, 강기탁, 오영중, 김종보, 최영동, 염형국, 박판규, 임자운, 조영관, 류하경, 오지원 변호사 등 많은 변호사들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페친들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공감을 표시했다.

판사 출신으로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현재 민변 사법농단 TF(단장 천낙붕) 탄핵분과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기호 변호사는 “참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글을 쓰신 듯, 그렇게 느껴집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최용근 변호사 페이스북에 올린 글
최용근 변호사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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