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최종 중재판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반겼다.

민변 노동위원회(위원장 정병욱 변호사)에 따르면 11월 1일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 이하 조정위)는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최종 중재판정을 했다.

사진=반올림 페이스북
사진=반올림 페이스북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와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그대로 따르기로 합의했고, 조정위가 중재안을 마련함에 따라 10여년 만에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게 됐다.

중재안의 주요 골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LCD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퇴직자 및 사내협력업체 포함)을 보상대상으로 하고,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피해자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며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기금으로 500억원을 출연하는 것이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아픈 몸을 이끌고 온전한 보상과 진정한 사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해 4000일이 넘는 시간을 싸워야했던 직업병 피해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 위로할 수 있는 이번 중재안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고(故)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삼성계열사에서 직업병으로 사망한 노동자가 119명에 이르고 전체 피해자는 320여명에 이른다”며 “반올림에 제보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자의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성장의 그늘에는 자신이 왜 아파야 하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고통받아야했던 많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이 있었다”고 짚었다.

또 “그동안 삼성은 직업병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노동자들은 어떤 유해물질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 아니 노출된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병을 얻고, 다시 왜 아프게 됐는지를 밝히기 위해 싸워야했다.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도, 공정도 밝히지 않는 삼성 앞에 피해자들은 자신의 병든 몸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전했다.

민변은 “지난 2015년 7월 조정위는 삼성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피해자 보상 및 재발방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정안을 발표했으나, 삼성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체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선별적인 보상을 실시했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올림과 직업병 피해자들은 삼성본관 앞에서 1000일이 넘는 시간동안 세 번의 겨울을 보내야했다”며 “이번 중재안은 양측이 이의 없이 받아들이고 이행하기로 했으나, 삼성전자가 약속대로 제대로 이행하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번 중재안으로 그동안의 직업병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목숨을, 건강을 다시 되돌려 놓을 수도 없다”면서 “그러나 이번 중재안이 삼성전자가, 또 다른 기업들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진정으로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더 이상 일하다가 원인도 알지 못한 채 건강을 잃고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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