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치권 추진하는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해 법원에서 반대하고 있으나, 법조계의 한 축인 변호사들조차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상실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0월 25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은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0월 25일부터 31일까지 전국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전국 변호사 1925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특별재판부를 통한 전속재판권행사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56.6%인 1090명이었고, 반면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2.2%인 619명이었다. 조건부 찬성 의견도 216명(응답자의 11.2%) 있었다. 찬성과 조건부 찬성을 합하면 67.8%에 달했다.

이 같은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결과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는 4개 정당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그리고 설치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별재판부에 찬성한 회원의 62.2%(1008명)는 “대상사건 관련자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재판부가 재판을 하는 경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은 결국 특별재판부후보 중에서 대법원장이 임명하므로 사법부 독립이나 피고인의 재판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부가한 회원도 36.4%(590명)로 적지 않았다.

변협은 “찬성 이유에 복수응답이 가능한 형식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므로, 찬성 회원들의 대다수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에 대한 공정한 판단을 확실히 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통한 전속재판권행사가 불가결하다는 의견을 가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봤다.

그 외 특별재판부 설치 찬성이유에 대해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 범인이 자신을 재판할 수는 없다.

▶ 재판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특별재판부 설치 필요

▶ 사법부가 직접 관여된 사건에서 사법부 독립을 우선하여 내세울 수는 없다.

▶ 현재 법원에는 사법농단 행위자 및 그 행위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판사들이 많이 있어 그들이 재판을 맡을 경우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

▶ 현행 형사소송법의 제척ㆍ기피ㆍ회피로는 외관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재의 서울중앙과 서울고등법원의 재판배당시스템 상으로는 공정성ㆍ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법관은 현직 법관을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특별재판부가 아니면 독립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

▶ 엄정한 재판의 진행을 위하여

▶ 국민들의 사법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

▶ 사법부 스스로의 차부를 드러내는 일이므로 사법부 스스로 재판하는데 한계가 있다.

▶ 특정사건을 재판하기 위한 재판부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해친다는 의견이 있으나, 지금까지의 경과(대법관 13인의 견해, 영장기각 사유들,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를 보는 시각)에 의하면 이미 재판의 독립을 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특별재판부 구성이 필요하다.

▶ 재판의 결과를 국민들이 승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특별재판부법에 의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사법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면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반대한 회원들의 의견도 다양했다.

반대 응답자 35.4%(305명)는 “정치권력이 사법부의 재판권에 간섭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사법농단의 전례가 될 수 있다”, 또 응답자 35.3%(304명)은 “사법부의 재판부 구성권에 개입하고 재판기간을 한정하는 것은 헌법상 3권 분립 또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응답자 14.3%(123명)는 “특별법이 없어도 법원의 공정한 재판을 의심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형사소송법의 제척ㆍ기피 제도를 엄중히 적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3.9%(120명)는 “사법부의 재판부 구성권에 개입하고 재판기간을 한정하는 것은 대상사건 피고인인 국민의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응답했다.

3권분립이나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은 결국 헌법위반이라는 것이므로, 반대의사를 표시한 회원들의 다수는 결국 현재 논의되는 법률안이 위헌적이라는 의견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 밖에 “하나의 사건을 위해 헌법이 규정하는 기본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민주국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 “처분적 법률에 해당할 수 있다”, “헌법상의 근거 없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법 자체가 위헌이다”와 같이 설문에서 제시하지 않은 위헌요소도 아울러 지적했다.

여기에 “법안을 만든 합리적인 목적과 근거를 알 수 없다”, “포퓰리즘적 독재행위이다”와 같이 법안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편, ‘조건부 찬성의사’를 표시한 회원들은 찬성의 조건으로서, “충분한 심리가 가능하도록 재판기간 제한을 삭제해야 한다(응답자 111명, 28.4%)”, “당사자의 기피권 및 특별재판부의 회피가 현행 법률안에 따라 재판부가 특정된 상황에서는 불가하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응답자 104명, 26.6%)”, “특별재판부후보 배수를 현재 법률안의 2배수에서 확대해야 한다(응답자 64명, 16.4%)”라고 응답했다.

또한 “제1심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므로 일반 형사재판절차로 진행해야 한다(응답자 49명, 12.5%)”, “판사회의가 추천위원회 위원 9인 중 3인의 추천권을 가지는 것은 법률안이 추구하는 목적과 배치되므로 이를 삭제하거나 제한해야 한다(응답자 46명, 11.8%)”고 응답했다.

그 외에 “국민참여재판으로 1심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일반 형사재판으로 진행해야 한다”, ”심리기간이 짧아 졸속재판의 우려가 있다”와 같은 의견이 있었고, 여러 응답자가 “특별재판부를 현직 판사가 아닌 변호사로 구성하거나 적어도 판사 아닌 자가 재판부구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한편 “재판부가 재판과정에 대한 언론브리핑을 하게 하는 것은 재판진행이나 심증형성에 영향을 미치므로 부적절하다”, “재판부 전원의 의견을 개진하게 하는 것은 양심에 따른 재판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위헌의 소지는 제거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헌법재판소가 재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찬성과 반대를 표시한 회원들의 의견은 연령별로 두드러진 차이가 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변협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법조의 한 축인 변호사들조차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상당히 상실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아울러 사법행정권 남용에 대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함으로써 사법부와 법조계 전반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대한변협은 최선을 다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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