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30일 “전범기업의 책임을 확인하고, 피해자들의 인권과 존엄을 존중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여운택ㆍ신천수ㆍ이춘식ㆍ김규수)이 전범기업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선고 공판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들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지 무려 13년 8개월 만이자, 재상고심이 시작된 지 5년 2개월 만이다. 피해자 중 생존자는 이춘식(94)씨 뿐이다.

대법원은 “2차 세계대전 전의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요구를 현재의 기업들에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신일본제철 등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을 배상하라”는 재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변협은 “일제 식민지 하에서 해방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치유되지 못하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상처가 이 판결로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바란다”며 “또한 긴 시간동안 굳건한 의지로 투쟁해온 원고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65년 협정으로 모든 배상이 마무리됐다는 입장이며, 전범기업들의 패소확정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해 왔다.

변협은 “일본정부는 기존 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일본정부는 즉각 사죄하고 자발적인 배상방안을 마련하라. 그것만이 고령의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이 제기된 2005년 2월 28일로부터 만 13년, 대법원에 재상고 사건이 접수된 2013년 8월 9일로부터 만5년이 지났다. 4명의 피해자 중 세 명의 원고가 세상을 떠났고, 이춘식 할아버지만이 현재 유일한 생존자이다.

변협은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여운택, 신천수, 김규수 세 명의 원고의 생존 시 해결됐을 문제를,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을 일본정부와 전범기업은 깊이 반성하라”며 “고령의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은 2009년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소송지원, 간담회 개최, 공동선언, 법안마련 및 성명서 발표 등의 노력을 해왔다.

변협은 “오랜 세월동안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일제피해자인권특별위원회(위원장 최봉태) 변호사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국가가 보호해야 했으나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정의롭고 평범한 변호사들의 손으로 지켜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어 “이제는 우리 정부가 일제피해자들의 문제에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차례”라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등 다수의 사건에서 사법부의 판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해결방안을 찾을 것을 촉구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고,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일제피해자인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시간이 없다.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 과거사 청산의 시작이며, 한일관계의 건전한 발전과 진정한 화해에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변협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힘든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신 피해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드리며, 이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보며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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