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결백 호소 김시철 부장판사 “검찰 압수수색 위법한 수사”
사법농단 결백 호소 김시철 부장판사 “검찰 압수수색 위법한 수사”
  • 신종철 기자
  • 승인 2018.10.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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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결백을 호소하면서 검찰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시철(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코트넷)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5월 25일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의 재판부 동향 파악 등’에 관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보고서에는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후 항소심 재판업무에 관련해 사법행정담당자가 직권남용죄를 범했다는 의혹이 담겨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2015년 7월 20일부터 2017년 2월 7일까지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 재판장을 담당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을 심리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심의관인 정OO, 박OO 판사들이 작성한 6건의 문건이 드러났다.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피의자(양승태, 박병대, 임종헌)들이 법원행정처 심의관인 정OO 판사와 박OO 판사로 하여금 위 문건들을 작성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문건들이 원세훈 사건의 파기환송 후 항소심 재판업무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의혹이 되고 있다.

반면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2018년 4월 이전에 6건의 문건이 작성됐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고, 작성자나 작성경위 등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따라서 6건의 문건 작성행위가 (원세훈 사건) 재판장으로서의 업무에 현실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김 부장판사는 “결국 의혹과 6건의 문건 작성행위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원세훈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 사법행정권자 등으로부터 재판의 독립 또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받거나 훼손당한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시철 부장판사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나왔다.

먼저 검사의 압수수색검증영장 청구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판사는 김시철 부장판사가 2015년 7월 20일부터 2017년 2월 28일까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구속), 유해용 전 법원행정처 수석재판연구관, 홍승면 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 등 9명과 주고받은 코트넷 이메일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8일 분당에 있는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와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영장을 집행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진행된 압수수색검증에만 참관했다.

특별수사팀은 지난 10월 11일에도 대법원에서 압수수색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후 2015년 7월 20일 서울고법 제7형사부에 배당된 다음 담당재판부 내부구성원들이 해당사건을 검토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125건의 이메일 및 첨부파일을 발견해 압수했다.

당시 김시철 부장판사는 “‘문건과 관련이 없어 압수수색 대상이 아니다’며 이의를 했으나, 검사는 위 이메일 파일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10월 11일자 영장을 토대로 10월 29일에도 추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영장의 유효기간은 2018년 10월 31일까지였다.

이에 김시철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례(99모161)에 비춰볼 때, 검찰에서 이미 실효된 10월 11일자 영장에 근거해 다시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명백하게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위 판례에서 “수사기관이 압수ㆍ수색영장을 제시하고 집행에 착수해 압수ㆍ수색을 실시하고 그 집행을 종료했다면 이미 그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고, 동일한 장소 또는 목적물에 대해 다시 압수ㆍ수색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그 필요성을 소명해 법원으로부터 새로운 압수ㆍ수색영장을 발부 받아야 하는 것이지, 앞서 발부 받은 압수ㆍ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이 남아있다고 하여 이를 제시하고 다시 압수ㆍ수색을 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판례와 같이 법률규정에 관한 법리가 명백히 밝혀져 그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대법원 판례의 법리와 명백하게 배치되는 입장에서 추가적인 압수수색의 집행을 시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하고도 명백한 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이미 실효된 것임이 명백한 2018년 10월 11일자 영장을 수사기관이 다시 집행하는 것은 관련 법률규정에 관해 확립된 판례, 통설을 무시하는 위법한 수사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가 더욱 심각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10월 11일자 영장은 이미 집행이 종료돼 실효된 것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기재된 영장의 유효기간(2018. 10. 31.) 이내에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10월 29일 오전 분당 소재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가족 전체의 이메일 자료에 대한 수색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며 “이는 실질적으로 법원의 영장 없이 이루어진 것과 동일한 것으로서 위법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압수수색검증의 위법성을 주장했다.

지난 10월 29일 당시 검사는 “영장집행이 적법하다”며 후속 절차를 계속 진행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특별수사팀이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관리하는 코트넷 이메일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법률규정, 판례, 통설을 무시한 채 이미 실효된 영장을 집행한다는 명목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명백하게 위법한 수사를 함으로써 법원가족 전체의 이메일 자료에 대해 불법적인 압수수색이 이루어졌고, 실질적으로 영장 없이 진행된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법원가족 전체의 이메일 자료가 합법적인 근거 없이 수사기관의 수색 대상이 됐으며, 그 중 일부가 실제로 압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상황은 그 자체로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만일 대법원을 압수수색 장소로 하고 현직 판사의 이메일 자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조차 참관인의 명시적 이의 제기를 무시한 채 위법성이 명백한 수사를 하는 것이 그대로 방치된다면, 앞으로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나 다른 기관에 대한 강제수사과정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일반 국민들에 대한 법익 침해의 위험성 등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이는 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법원 가족 전체에 대해, 나아가 일반 국민들 모두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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