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법부 신뢰의 병폐로 지목되는 ‘전관예우’의 존재에 대해 판사는 23%만이 인정한 반면 변호사는 76%가 인정해 인식에 큰 차이를 보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법절차에서의 전관예우란, 사법절차(경찰,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 포함)에서 판사ㆍ검사ㆍ헌법재판관ㆍ경찰관 등의 관련 공직에서 퇴직해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변호사(전관변호사)가 선임된 경우, 그렇지 않은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보다 수사나 재판의 결과에 있어서 부당한 특혜를 받거나, 절차상의 혜택을 받는 현상을 말한다.

전관예우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전관예우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안이 제출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문제가 ‘공정성’을 최우선의 가치이자 존립기반으로 하는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으므로,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한 사법개혁 과제라는 점에서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제1차 부의 안건으로 제시했다.

사법발전위원회는 지난 4월 17일 열린 제2차 회의에서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실태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의결하면서, 그 방법으로 일반국민과 법조직역종사자들을 상대로 전관예우에 대한 다양한 설문을 실시해 실태를 파악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의결했다.

법원행정처에서는 경쟁입찰 방식에 의해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김제완 교수)을 연구진으로 선정해, 연구진이 독립적으로 설문항 개발 및 설문조사를 수행하도록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에서는 책임연구원인 김제완 교수 이외에 최승재 변호사, 이명진 교수(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각 공동연구원으로, 이정선 변호사(법학 박사), 김만수 교수(사회학 박사)를 각 연구원으로, 2명의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원(법학 박사과정)을 각 연구보조원으로 구성하고, 리서치앤리서치를 설문조사 기관으로 선정해 지난 6월 20일부터 10월 1일까지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전관예우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형태인 ‘연고주의’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국민들과 법조직역종사자들의 인식을 심도 깊게 조사했다. 연구진은 총 2439명에 대해 3개의 대상 구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일반국민은 성별/연령/지역별 할당 추출해 17개 광역시도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4명을 조사했다. 조사 기간은 2018년 7월 24일부터 8월 24일까지 진행했으며, 전문 조사원이 테블릿 PC(CAPI)를 통해 개별면접으로 조사 진행했다.

법조직역종사자는 판사, 검사, 변호사, 법원 직원, 검찰 직원, 변호사 사무원 총 1391명(임의 응답)을 상대로 2018년 7월 24일부터 8월 24일까지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 등 심층인터뷰는 변호사, 교수, 판사, 검사, 법조출입 기자, 국회의원, 국회 소속 박사, 시민단체 활동가, 공공기관 근무자, 교도소 수형자 등 총 9개 직군 34명을 대상으로 2018년 7월부터 9월까지 연구원들이 직접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김제완 교수(책임연구원)로부터 연구결과를 보고 받고, 전문위원 제1연구반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폭넓고도 실효성 있는 근절방안을 연구해 다음 위원회 회의에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사법발전위원회는 “이번 전관예우 실태조사는 공적인 절차를 통해 2000명이 넘은 국민 및 법조직역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관예우 및 연고주의에 대한 대규모 인식조사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관예우 존재 여부에 대해, 일반국민과 법조직역종사자 모두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일반국민 41.9%, 법조직역종사자 55.1%)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법조직역종사자의 경우 응답자의 직업에 따른 편차가 컸는데, 특히 판사의 경우에는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2%로, 다른 법조직역종사자 및 일반국민의 응답과는 매우 상이한 결과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판사는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에 23.2%,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에 22.5%,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54.2%가 응답했다.

검사는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에 37.7%,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에 31.2%,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34.9%가 응답했다.

특히 변호사의 75.8%는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에 9.4%,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14.8%에 불과했다.

또 변호사 사무원들도 79.1%는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응답했고,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11.1%,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9.8%로 답했다.

법원 일반직원들은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에 37.7%가 응답했고,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는 31.2%,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31.2%로 응답했다.

검찰 일반직원들은 66.5%가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전관예우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는 25.9%, ‘전관예우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7.6%에 불과했다.

전관예우와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연고주의의 존재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법조직역종사자의 경우 ‘연고주의가 실제로 존재한다’(58.4%)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전관예우보다 높은 답변이다.

반면 일반국민은 ‘연고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38.4%)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왔으나, ‘연고주의는 실제로 존재한다’(36.9%)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연고주의에 관해, 법조직역종사자들과 일반국민 간에 약간의 인식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전관예우와 마찬가지로 판사의 경우 ‘연고주의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중이 39.9%로 가장 높게 나타나, 다른 직역과 상당한 인식차이가 있었다.

전관변호사 등을 선임할 것을 권고하는 이유에 대해 ‘연고관계나 전관변호사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상당한 기대와 믿음’(35.9%),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나 믿음은 크지 않았지만, 최소한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33.0%) 등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편, 법조직종사직역별 응답결과, 법원 및 검찰의 일반직원, 변호사와 변호사 사무원은 모두 ‘영향력 이용,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45.4%)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판사의 경우 ‘실력이 좋을 것이므로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57.6%)이라는 응답이, 검사의 경우 ‘최소한 재판 진행과정상, 절차상 편의를 배려해 줄 것이라는 생각’(39.7%)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나, 인식의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전관예우의 향후 전망에 관하여는 일반국민 및 법조직역종사자 모두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관변호사를 찾는 의뢰인들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는 응답이 각각 40.6%, 50.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관예우나 연고주의가 주로 발생하는 영역으로, 일반국민들은 양자 모두 ‘검찰 수사단계(검사가 긴급체포하거나, 정식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단계 포함)’, ‘구속관련 재판(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 구속적부심, 보석)’, ‘경찰 수사단계(사법경찰관이 긴급체포하는 단계 포함)’ 등의 순으로 나타나, 주로 형사사건에서 문제가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경찰 또는 검찰에서의 수사절차에서 전관변호사들의 영향력에 대해, 응답자 10명 중 6명가량이 ‘혐의사실에 대한 결론, 즉 기소ㆍ불기소 여부가 바꾸는 영향이 있다’(60.9%)고 응답했다. 그러나 검사는 ‘결론을 바꾸는 영향은 없다’(74.6%)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나, 검찰 직역과 다른 직역 간에 큰 인식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재판에서 전관변호사들의 영향력에 대하여는, 응답자 10명 중 5명가량이 ‘재판의 결론을 바꾸어 낼 수 있다’(48.6%)고 응답했다. 그러나 법종사직역별 응답결과를 보면, 판사의 경우 ‘결론을 바꾸는 영향은 없다’(45.0%)는 의견이, 변호사의 경우 ‘재판의 결론을 바꾸어 낼 수 있다’(69.4%)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 직역별 인식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법조직역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연고관계가 주로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선후배 동료로서 가까운 관계의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사건을 수임한 경우’ 영향력이 있다는 응답이 91.7%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상급자로 모시고 있던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사건을 수임한 경우’(91.2%)와 ‘부하로 데리고 있던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사건을 수임한 경우’(88.2%) 등도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밖의 법조선후배관계나 학연 지연 혈연 등은 영향력이 있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연고관계도 결국 전관예우와 매우 밀접함을 보여 주고 있다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전관예우의 원인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일반국민에서는 제시된 모든 원인에 대해 매우 높은 긍정답변을 했는데, 그 중에서 ‘법조계 공직자들의 준법의식 부족’(99.9%)이 원인이라는 응답이, 법조직역종사자에서는 ‘전관예우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브로커들의 활동’(99.8%)이 원인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고관계가 있는 변호사 또는 전관변호사를 선임하기로 결심하는 이유는, 일반국민의 경우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기보다도, 최소한 더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44.4%)라는 응답이, 법조직역종사자의 경우 ‘연고관계나 전관변호사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76.5%)라는 응답이, 각각 가장 높게 나타나, 전관이나 연고관계를 이용할 경우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 내지 인식은 오히려 일반국민들보다 법조직역종사자들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관예우의 근절을 위해 전관변호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에 대한 생각은, ‘미약하다(전관변호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좀 더 규제하여야 한다)’(40.5%)는 응답이 높았고, 퇴직 후 고위직 판사나 검사가 고액의 연봉을 받고 변호사 혹은 고문으로 대형로펌 취업하는 것에 대하여는, ‘이것 역시 전관예우의 일종이므로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36.5%)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 중에는 평생법관제 등 전관이 변호사로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안들도 일반국민과 법조직역종사자 간 약간의 순서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긍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일반국민에서는 ‘평생법관제 정착’(96.4%), ‘법조일원화 정책의 강화’(96.4%) 응답이 높게 나타난 반면, 법조직역종사자에서는 ‘판사처우개선을 통한 평생 근무 유도’(92.4%)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 실태조사에 근거한 전관예우 근절방안

연구결과에 나온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연구진은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해 평생법관제가 바람직하나, 이는 장단점을 신중히 검토하고 법원인사제도 개선에 관한 장기전략에 반영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법조인 증가로 인한 수임경쟁 강화 상황에서 변호사 선임 관련 정보불균형의 해소는 전관예우 근절에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위해 변호사 중개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연구진은 “전관예우 관련 비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징계가 필요한데, 이는 법규정 개선보다는 효율적인 적발과 집행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 상대방 및 시민사회의 상시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특히 사건수임 공개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관예우 또는 연고주의 관련 사건수임제한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지만, 획일적으로 강화되는 것 보다는 직급, 근속기간 등에 따른 법조계 내 연고관계의 가능성 정도를 고려해 차별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고, 특히 최고위직 법조인의 개업 및 사건수임에 관하여는 근본적인 제도 또는 관행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소송절차상 전관변호사나 연고관계 있는 변호사의 부당한 변론활동을 억제할 필요가 있는데, 현행 제도만으로는 미약하다”며 “이를 제때 적발하고 규제하고, 특히 부당한 특혜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 미리 이의를 제기해 재판부가 해당 변호사의 변론행위를 적절히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이에 관한 절차적 권리를 소송상대방(전관예우 피해자)에게 보장한다면, 전관예우 문제를 개별적 구체적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억제하는 데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민들에 대해 총 64문항으로 된 상세한 설문을 통한 대면조사, 다양한 법조직역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총 33문항으로 된 온라인 조사, 국회의원에서부터 교도소 수형자에 이르는 다양한 직종에 대한 심층인터뷰 등을 혼합해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 각계 각층의 인식을 심도 깊게 조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제1연구반에서는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관예우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대법원에서는 폭넓은 실태조사에 의해 드러난 국민들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함은 물론, 관련 법조 기관들과 협력해 전관예우를 근절할 여러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전관예우 근절방안 마련에 혼신의 힘을 기울임으로써 이번 실태조사가 법원은 물론 우리 법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