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추진하던 법무부가 청년변호사 단체의 강한 반대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로, 연구ㆍ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신중한 도입을 촉구한다’고 밝혀 청변변호사 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먼저 법무부가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이른바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형사공공변호인제도’는 중죄에 한하여 체포된 피의자에 대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에 한국법조인협회는 23일 “법무부가 형사변호인공공제도의 시행을 준비하고 있으며 제도의 운영을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맡길 예정이라는 입장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변시)에 합격한 청년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조인단체다.

한법협(회장 김정욱 변호사)는 “‘수사단계부터의 인권보호’라는 형사변호인공공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이미 법원 운영 하에 국선변호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와중에 또다시 법무부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국선변호제도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법협은 “무엇보다 위 제도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사회에 공감대가 형성됐는지도 의문으로 불완전한 제도 운영으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운영을 맡긴다는 것은 실로 납득하기가 어려우며, 이는 법무부가 기소와 변호 모두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겠다는 위험한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한법협은 “정부조직법상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법률구조공단 또한 법무부 산하 기관”이라며 “따라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운영한다면 기소를 독점하는 기관인 검찰과 형사 변호를 하는 기관 모두가 법무부의 영향에 놓이는 것”이라고 반대 이유를 짚었다.

또 “이런 상황에서 형사공공변호인이 중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된 변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우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과 같은 기본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인권보호라는 본래 취지 또한 몰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법협은 “위 제도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 충돌 사건에서 조력 제공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법협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형사사건의 피의자 혹은 피고인에 대한 법률조력을 하고 있는 경우에 형사공공변호인 또한 법률구조공단 소속이므로 같은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법률조력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나 피해자 모두가 법률조력을 받아야만 하는 계층에 해당한다면 어느 한쪽은 반드시 조력을 받을 수가 없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민사 등의 법률구조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질적으로 이해관계 충돌의 문제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법무부가 위 제도의 운영을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맡기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서둘러 회원 변호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법협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즉각적이고 단호하며 회원 변호사들의 이익은 물론 운영주체에 대한 고민에 그치지 않는 국선변호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을 담은 종합적인 대책을 요구한다”며 “앞으로 대한변협 등과 더불어 국민을 위한 국선변호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법협은 “이번 사안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정책 연구 및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진정한 국선변호제도의 발전을 위해 중지를 모을 것”이라며 “또한 대한변호사협회와도 이번 사안의 위중함을 함께 공유하고 힘을 합쳐 국민을 위한 제도가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장관 박상기)는 24일 “형사사건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를 위해,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하는 취지의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방안을 연구ㆍ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다만, 아직 유관 기관ㆍ단체와의 협의가 이루어지기 전이므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대상, 방식, 관리주체, 도입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앞으로, 유관 기관ㆍ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렇게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형사공공변호인제도에 대해 청년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가 반대 입장을 밝히며 대한변호사협회와 공조해 대처할 뜻을 밝힌 상황에서, 법무부의 입장 발표가 있자마자 대한변협이 논의를 전제로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한법협으로서는 황망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날 변협은 보도자료에서 먼저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방안 초안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내년부터 중범죄 피의자들에 대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며 “3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예상되는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에게 수사 과정에서부터 형사공공변호인의 조력을 받게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내용”이라고 전했다.

변협은 “이미 형사 피고인에 대해 국선변호인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 피의자들에 대해서까지 위와 같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면 법률시장의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변협은 “공공변호인 제도의 취지에 맞게 경제적 취약계층만을 그 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 공공변호인 제도 역시 국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라며 도입에 힘을 실어줬다.

변협은 또 “현재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인 보수마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절반이나 삭감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 혈세로 성폭력범죄자 등 중범죄자에게 법률구조를 한다면 동의할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 심히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국민적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그 대상자를 엄격하게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협은 또 “운용주체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이라는 점도 문제”라며 한법협과 같이 지적했다. 변협은 “수사기관인 검찰과 형사공공변호인제도의 운영주체인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모두 법무부의 지휘ㆍ감독을 받는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와 검찰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변협은 “게다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형사 피해자를 대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통해 형사 피의자까지 변호하게 되면 이익상충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짚었다.

변협은 끝으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위와 같은 여러 문제가 있으므로 신중한 도입이 요구된다”며 “운용주체와 대상자 등 여러 사항과 관련해 대한변협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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