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최근 대법원은 유부남과의 성관계 동영상 파일의 장면을 휴대폰으로 재촬영해 그 배우자에게 보낸 혐의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했으나, 앞으로는 이런 행위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는 성관계 동영상 화면을 재촬영해 유포한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기 위해 유포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먼저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A씨는 2015년 손님이던 유부남 B씨와 내연관계로 지내며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얼마 뒤 B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A씨는 합의 하에 촬영해 둔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해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촬영 사진을 B씨의 부인에게 전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 8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1항이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하는 행위만이 이 조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다른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이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그 촬영물은 성폭력처벌법 14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성폭력처벌법 조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의원은 “현행법은 촬영의 대상을 ‘다른 사람의 신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컴퓨터로 재생한 후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더라도 이는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대법원 판결을 설명했다.

백혜련 의원은 “그러나 타인의 신체 촬영물을 재촬영한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하는 등의 경우에도 신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의 경우와 같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동일할 뿐 아니라, 피해법익 역시 동일하다”고 봤다.

백 의원은 그러면서 “이에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의 촬영물에 ‘촬영물을 재촬영한 촬영물’을 포함하도록 개정해 성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건강한 사회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ㆍ판매ㆍ임대ㆍ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ㆍ상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또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제1항의 촬영물을...”이라고 규정돼 있는데, 1항과 3항의 ‘촬영물’을 ‘촬영물(촬영물을 재촬영한 촬영물을 포함한다)’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