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검찰이 확정 판결 전에 압수물을 함부로 폐기하면 위법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심 재판에서 몰수 선고가 있었으나 검찰이 최종 판결이 확정되기 전 압수물(휴대전화)을 폐기한 사건과 관련,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18일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해 서면경고 조치할 것을 소속 지방검찰청검사장 및 지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이 발생한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는, 확정 판결 전에 압수물을 임의로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소속 직원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6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현행법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대마와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A씨는 체포되는 과정에서 격렬히 저항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A씨는 “체포될 당시, 밤중에 사복을 입은 사람이 대마를 구매하겠다고 다가오면서 붙잡으려 하여 경찰인지 모르고 자신의 신체를 방어하기 위해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수사 및 재판에서 진술했다.

1심 법원에서 A씨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선고 당일 항소하면서 체포 당시의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휴대전화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인하려고 했다. 체포 당시 발생한 자신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에 대해 방어권 행사였음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해당 검사와 수사관은 1심 재판 후 1주일 만에 몰수 판결이 난 A씨의 휴대전화를 폐기했다.

이에 A씨가 지난 해 5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해당 검사는 “1심 재판에서 휴대전화 몰수 선고가 있었고, 진정인이 마약류 관리 위반 혐의에 대해 자백하고 있어 2심에서도 휴대전화에 대한 몰수 선고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휴대전화 내용이 SD카드에 저장돼 있고, 휴대전화기만 추후 법원에 제출 증거로 쓰일 가능성이 없어 1심 선고 후 진정인의 휴대전화를 폐기 조치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위원장 최혜리)는 “압수물의 폐기는 피고인의 방어권 및 재산권 행사 등 기본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향후 공판절차에 있어 증거물로 이용하거나 이를 몰수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압수 당시의 성질, 상태, 형상을 그대로 보전ㆍ유지해 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압수물품인 휴대전화가 형사소송법 제130조 제2항의 보관자체가 대단히 위험해 종국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건 종결 전 압수물 폐기’는 폭발물이나 유독물질 등 보관 그 자체만으로 위험이 발생하는 등 보관하기 매우 곤란한 압수물인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에서는 압수물이 멸실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야 하고, 압수물의 보관에 매우 곤란한 사정이 없는 한 몰수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압수물을 폐기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더욱이 1심 선고 이후 진정인(A) 측이 휴대전화 몰수 등에 대해 불복을 제기했고, 2심 재판에서 휴대전화 폐기로 방어권 침해가 크다고 주장했던 점 등으로 봐 종국 판결이 있기 전 검사와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폐기 조치한 것은 자의적인 권한 행사로 적법절차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인권위는 “압수물 폐기가 피고인의 방어권 및 재산권 행사 등 기본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압수 당시의 성질, 상태, 형상을 그대로 보전ㆍ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서면 경고 조치, 소속 직원 직무교육 등을 권고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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