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방세 담당 공무원이 개인별 구체적인 체납정보를 마을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개인별 체납 정보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마을 이장들에게 제공되지 않도록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하고, 대민업무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상남도 OO면사무소 지방세 담당 공무원은 이장회의에서 마을별 자동차세 체납자들의 체납정보가 담긴 명부를 각 마을 이장들에게 제공하며 체납세 납부를 독려할 것을 요청했다.

명부에는 자동차세 체납자들의 이름, 전화번호, 체납내용, 체납액, 부과일자 등 정보가 담겨 있었다.

한 이장은 A씨에게 전화해 체납된 자동차세를 납부할 것을 독려했다. A씨는 같은 마을 주민인 이장이 체납 정보를 알고 독촉하는 것은 개인정보침해라며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은 “다수의 체납자들의 세금 납부를 독려해야 하는데, 한정된 공무원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조례ㆍ규칙상 읍ㆍ면장이 임명하고 공무를 도와줄 수 있는 마을 이장들에게 체납세 납부 독려를 요청했다”고 답변했다.

이 공무원은 “이장회의에서 체납자 명부를 이장들에게 제공하면서 개인정보유출에 관한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지방세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 또한 “공무원이 이장에게 체납세 징수 독려를 목적으로 관할 구역 내 체납자의 과세정보를 제공했다면 ‘지방세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정문자)는 “체납 정보가 사회통념 상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제3자 공개 시 당사자가 받게 될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 피해가 커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 체납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특히 체납자 납세 독려는 마을 방송, 현수막, 문자메시지 발송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해 이장들에게 체납자 개인별 정보를 제공한 것이 조세업무 수행에 불가피한 경우라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인권위는 “조세업무의 일부로써 통상 이장이 납세 독촉 고지서의 단순 전달이나 통지 업무를 할 수는 있는 것으로 보이나, 체납자들의 구체적인 체납액 등을 확인해 체납자 개개인에게 독촉 전화 등을 하는 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은 조례 등에 위임된 이장 업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체납자의 동의 없이 체납 관련 개인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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