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주거지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가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잇따라 기각하는 것과 관련해 ‘방탄영장기각’이라는 질타가 나오는 가운데, 법원행정처 안철상 처장과 김창보 차장, 이승련 기획조정실장과 이승환 사법정책실장도 “그런 사례를 경험한 바 없다”고 인정했다.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법원행정처 고위법관 4명으로부터 이 같은 답변을 이끌어냈다.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백혜련 의원은 “사법부 70년 역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판사 블랙리스트에서부터 시작해서 사법농단, 재판거래.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예전에 법원행정처장께서 재판거래는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말씀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우선 국민 여러분께 신뢰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부끄럽고, 또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특별조사단 단장으로서는 그때 당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재판거래는 없다’ 이렇게 판단했다”고 대답했다.

안 처장은 “그리고 저 개인으로서는 (법조경력) 30년 이상 경험과 법조의 상식에 비추어 (재판거래) 그런 거는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며 “그렇지만 현재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행정처장으로서는 답변하기가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에 백혜련 의원은 “지금 법원에 대한 남아 있던 한 가닥 믿음이, 사실은 ‘방탄영장기각’으로 인해서 더욱 무너지고 있다. 사법농단의 주역들은 압수수색영장에서부터 줄줄이 기각이다. 이번에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들을 분석해 봤다”며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백혜련 의원이 대법원 국정감사장에 준비한 영상
백혜련 의원이 대법원 국정감사장에 준비한 영상

백 의원은 이어 “(영장전담판사들의) 말도 안 되는 기각사유들, 그리고 영장에서 수사 지휘를 하고 있는 사례, 그리고 압수수색 영장에서 아예 실체 판단을 해버리는 사례 등 정말로 압수수색 영장의 새로운 사례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은 “먼저 말도 안 되는 기각 사유를 보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거의 평온’이다. 저는 제가 법조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데 여태까지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주거의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기각한 사례는 한 번도 듣고 보도 못했다”며 “처장님께서는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 기각된 사례 알고 계십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주거 평온만을 이유로 삼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유와 함께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백 의원은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사례를 알고 계시냐고요? 이번에 사법농단 사건을 제외하고요”라고 따졌다.

이에 안철상 처장은 “그 점에 대해서는 행정처장으로서 답변드리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주저하자, 백혜련 의원은 “행정처장으로서 묻는 게 아니고, 법관 생활 중에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주거의 안정을 이유로 기각된 사례를 알고 계시냐고요?”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안 처장은 “저는 그런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사진=국회방송 화면
사진=국회방송 화면

이에 백혜련 의원은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 기각된 사례 알고 계십니까?”라고 물었고, 김창보 차장은 “저도 직접 경험한 바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백 의원의 같은 질문에 이승련 기획조정실장과 이승환 사법정책실장도 “없다”고 대답했다.

백혜련 의원은 “네 분의 법조경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 그 많은 세월 동안 숱한 사건을 다루셨을 텐데,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적이 한 번도 없는 거다”라면서 “그런데 유독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기각사유가 숱하게 났다”고 질타했다.

백 의원은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는 마지막 4차에서는 실거주지가 아닌 곳에 대해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또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됐다”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조차도 자신의 주거가 압수수색 될 것을 예상하고 지인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친절한 영장전담판사께서 타인의 주거지에 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이거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혜련 의원은 “고위 법관이라는 네 분의 판사님이 지금 말씀했다. 본인의 법조경력 긴 세월동안 단 한 건도, 주거의 평온이나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 기각한 사례를 못 보셨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에 유독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에요. 이제는 압수수색영장 할 때 주거의 평온 이게 ‘전가의 보도’처럼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그 칼을 영장을 심판하는 영장판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가보도(傳家寶刀)는 조상 때부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집안이 보검이라는 뜻으로, 그것이 마치 집안의 보물인 것처럼 자주 들먹인다는 뜻으로 쓰인다.

백혜련 의원은 또 “그리고 (법원행정처 등에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어서 영장을 기각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재판연구관실 압수수색과 인사자료가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 침해여서 기각한다” 등 영장전담판사들의 영장기각 사유를 꼬집었다.

이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압수수색) 영장은 법적인 요건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고, 재판이기 때문에 법원행정처장으로서는 재판에 대해서 언급하기가 부적절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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