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9일 “18년 동안 떠돌던 탈북자의 삶을 법률지원으로 구제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4일 중국 국적자가 탈북민으로 위장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탈북자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북한 국적의 아버지, 중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중국에서 출생했으며, 1976년경부터 북한 공민증을 발급받아 북한으로 이주했으며,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 국적법에 따라 A씨의 중국 국적은 상실됐다.

2001년경 탈북 과정에서 탈북브로커는 A씨가 과거 중국에서 출생해 호구부를 가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폐쇄돼 있던 A씨의 중국 호구부를 회복시켜 정식 중국 여권을 발급 받았고 이를 통해 A씨는 한국으로 입국했다.

이후 A씨는 2010년경 북한에 남은 가족의 탈북을 돕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조사를 받게 되었고, 탈북자였던 신분으로 강제북송 될 것이 두려워 중국 국적자라고 허위진술 했다. 중국 공안은 대한민국 여권을 압수한 뒤 A씨를 석방했다.

A씨는 주중 한국 영사관을 찾아가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도움을 구했으나, 오히려 정부는 ‘A씨가 중국 국적자임에도 탈북자로 신분을 위장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취지로 수사의뢰했고, 동시에 A씨에 대한 북한이탈주민보호결정을 취소처분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2015년경 대한민국 수사기관에 체포돼 과거 탈북민으로 위장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정착금 480만원을 타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소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통일법정책연구회, (재)동천 및 법무법인 태평양, 서울지방변호사회(통일법제특별위원회)와 함께 2016년부터 3년간 무료로 A씨를 법률 지원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대한민국, 중국, 북한의 각 헌법 및 국적법과 관련하여 A씨의 대한민국 국적 여부였다.

법원은 “A씨가 북한이탈주민에 해당되며, 국정원과 통일부, 외교부 등 관련기관이 피고인의 북한인 신분증명에 관한 자료를 중국 정부에 제공해 줄 충분한 능력과 책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태했다”고 판시했다.

변협은 “이번 판결은 탈북 이후 18년간 북한-중국-동남아를 떠돌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A씨의 삶을 보호함과 더불어 대한민국이 탈북자를 국민으로서 보호해야 할 의무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변협은 “이 사건 판결을 기회로 그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중국 태생 북한주민에 대한 북한이탈주민보호신청 거부를 정부는 재고하고, 재외 탈북자 보호절차를 시급히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앞으로도 탈북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고, 법률의 사각지대에 놓여 억울한 처지에 있는 자에 대한 법률 구제를 위해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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