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경찰공무원이 육아휴직 중 법조인 입문코스인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한 행위를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징계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경위로 임용돼 2014년 경감으로 승진한 후 2015년 3월부터 OO경찰서에서 경무계장으로 근무했다.

그런데 A씨는 2015년 3월 모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에 입학하면서 2016년 3월 4일까지 첫째 아들의 양육을 이유로 육아휴직을 하면서 휴직원과 복무상황신고서에 로스쿨 재학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로스쿨에서 13과목(37학점)을 수강했다.

A씨는 2016년 3월 5일부터 2017년 3월 4일까지 둘째 아들의 양육을 이유로 육아휴직을 하면서 휴직원과 복무상황신고서에 로스쿨 재학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로스쿨에서 11과목(32학점)을 수강했다. 또 그해 3월 5일부터 6월 14일까지 육아휴직을 하면서도 로스쿨 재학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로스쿨에서 6과목(16학점)을 수강했다.

A씨가 소속된 지방경찰청은 “이로써 A씨는 육아휴직을 휴직의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봤다. 이에 소속 지방경찰청장은 2017년 9월 A씨에게 위와 같은 비위행위를 저질러 국가공무원법 성실의무,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1월 A씨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를 감봉 1개월의 징계로 감경했다.

A씨는 이 또한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는 “육아휴직의 본래 목적에 맞게 가족의 식사준비,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 집안 청소 등을 하며 배우자 대신 사실상 양육을 전담했고, 다만 여가시간을 활용해 로스쿨에 재학했을 뿐”이라며 “처음부터 로스쿨에 재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한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육아휴직 경위나 실제 양육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로지 육아휴직 중 로스쿨에 재학했다는 사실만으로 영리업무 금지의무에 위반하는 등 휴직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위배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한편 A씨는 2015년 1월, 2016년 2월, 2017년 3월 지방경찰청장에게 “▲본인은 영리행위의 금지 등 휴직 목적을 위배하지 않고, 휴직 목적의 달성에 충실히 임할 것을 서약한다. ▲본인은 휴직 목적의 달성이 불가능하거나 휴직 목적에 현저히 위배되는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임용권자에게 즉시 복귀 신고하고 복직할 것을 서약한다. ▲본인은 휴직 목적 외 사용의 정도가 과도한 때에는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관련 법령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서약한다”고 약속했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10월 5일 A경감이 소속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육아휴직기간 동안 자녀의 양육에 전념하고, 여가시간을 활용해 로스쿨에 재학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없다”며 “오히려 원고의 주장은 합리적인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그 이유로 먼저 “원고가 2년 3개월간 로스쿨에서 수강한 과목과 학점이 총 30과목과 85학점에 이르러서 연평균 13과목과 37학점으로서 대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수강하는 과목ㆍ학점과 엇비슷하다”며 “학습량이 상당히 많고 그만큼 로스쿨에서 수업과 공부로 보낸 시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로스쿨은 통상적으로 3년 동안 전반적인 법학 과목을 90학점 이상 이수해야 수료가 가능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며 “따라서 원고가 세심한 주의와 보살핌이 필요한 영유아인 자녀 2명의 육아활동에 전념하면서 로스쿨 수학 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원고 스스로도 주로 주간에 로스쿨 수업을 듣고, 그 전후의 여가시간을 활용해 육아를 했다고 진술한다. 이러한 진술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는 육아보다는 로스쿨 과정을 수학하는 데에 대부분의 일과시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2013년부터 꾸준히 휴직자의 복무관리를 강화해 왔다. 또한 원고는 2015년 3월 감사원에서 경찰공무원들이 휴직기간에 로스쿨을 다니는 등의 문제에 관해 감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특히 육아휴직자들에 대한 감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다”며 “그럼에도 원고는 2015년 6월부터 2017년 4월경까지 총 9회에 걸쳐 피고에게 휴직자 복무상황 신고서를 작성ㆍ제출하면서 한 번도 로스쿨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리고 원고가 로스쿨에 입학한 날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2015년 3월 2일이다. 이러한 육아휴직 신청의 경위와 시기, 통상적으로 로스쿨 입학을 준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당초부터 로스쿨에 재학할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계획하고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면서 “국가공무원법, 공무원 임용규칙 등의 규정 내용을 종합하면, 로스쿨에 재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수휴직이나 그 밖의 휴직을 신청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하물며 원고가 육아를 목적으로 휴직제도를 사용하면서 휴직기간 내내(2년 3개월) 로스쿨에 재학하는 것은 더더욱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에게 복무상황을 사실 그대로 보고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국가공무원법 및 이에 따른 명령을 위반했고, 직무상의 복종의무를 위반했으며,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무려 2년 3개월이라는 육아휴직기간 중 그 사유와 달리 휴직의 목적 달성에 현저히 위배되는 행위를 했고, 원고의 비위행위는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감봉 1개월 처분은 징계양정 기준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이를 두고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원고와 같이 편법으로 휴직제도를 사용하는 경우 공무원의 복무 기강을 저해하거나 휴직제도의 기능과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고, 결국 국민전체에게 봉사해야 할 공무원 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히 공무원은 육아휴직 기간이 일반근로자보다 더 장기간으로서 일반 국민들보다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육아휴직 제도를 편법으로 사용한 공무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무엇보다도 원고는 치안과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다른 일반공무원에 비해 매우 높은 준법정신과 도덕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더욱 무겁다”며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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