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4일 국가 또는 기업이 노동자, 집회참가자 등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손해배상소송이 동원된다며 이를 ‘괴롭힘소송’이라 칭하며 국회에 “국가 등의 괴롭힘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논평을 통해 민변은 “계속되는 괴롭힘 소송”이라며 “제주 강정,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세월호 범국민대회, 민주노총 노동절집회, 2008년 광우병대책회의, 민중총궐기, 유성기업... 국가의 손해배상청구로 오랜 시간 고통 받은 사례들”이라고 열거했다.

민변은 “이 소송의 피고들은 시민단체, 노동자, 주민, 집회참여자들이었다”며 “이들은 집회를 통해 정치적 의사표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국가 주도 시책에 대한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노조의 파업 등 노동기본권 행사 과정에서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많게는 수십 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러한 소송의 본질은 국가 또는 기업이 노동자, 집회참가자 등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이 동원된다는 것”이라며 “거액의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는 이들의 입을 막고 몸을 옥죄는데 큰 효과를 발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당시 파업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이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총 16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고 퇴직금과 동산 등을 가압류 당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라며 “30명의 사망자를 낳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다름 아닌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소송이 ‘괴롭힘 소송’이라 불리는 이유”라며 “국가가 소송을 괴롭힘 수단으로 삼는 부정의 종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여 국가에게 기본권 보장의무를 지웠다”며 “의무자인 국가가 기본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기본권 행사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게다가 쌍용자동차 진압, 백남기 농민 사망 등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닌 국가의 폭력과 위법행위였음이 이미 밝혀지기까지 했다”며 “그런데도 국가, 기업 등의 괴롭힘소송이 계속되는 데에는 법원의 책임도 크다. 그간 법원은 집회참가자들에게 별 고민 없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왔다”고 법원을 비판했다.

민변은 “이러한 부정의는 하루빨리 종식되어야 한다. 가장 간명하고 신속한 방법은 소송을 제기한 국가, 기업이 스스로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고, 많은 국가기관이 입 모아 권고하고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의 손해배상소송이 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고, 경찰 역시 소송을 신중하게 할 것임을 밝히고 진행 중인 소송도 화해ㆍ조정 등을 통해 권고내용에 부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역시 쌍용자동차, 백남기 농민, 용산 사건 등에 대해 국가의 사과를 권고하고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취하를 권고했다”며 “그러나 경찰은 여전히 쌍용자동차 등 주요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현재의 법률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 권고도 지키지 않는 경찰의 무책임 속에서는 괴롭힘소송의 반복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이제 보다 괴롭힘소송 금지를 위한 근본적 대처와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그런 점에서 이번에 제도적 해결을 위해 ‘국가 등의 괴롭힘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된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이 법안은 ▲제한되는 ‘괴롭힘소송’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괴롭힘소송으로 인정되면 조기 각하 하도록 구체적 절차를 정하고 ▲괴롭힘 목적의 가압류신청에 대해서도 별도 절차를 두어 남용을 억제하고 ▲법원 직권으로 괴롭힘소송을 제기한 원고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 법원행정처 의뢰로 민사소송법학회에서 2017년 4월에 <전략적 봉쇄소송과 그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도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한 특례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제정안을 소개했다.

민변은 “이번 발의안은 위 대법원 의뢰 보고서 방향에 기초해 제도개선 방안을 종합하고 진전시킨 것으로서, 법원도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지난 몇 년 간 강행된 손해배상소송은 소송당사자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겼고, 사회적 불신과 비용을 키우는 악영향을 줬다”며 “향후 이러한 소송이 종식되도록 국회가 위 괴롭힘소송 특례법안을 신속히 입법할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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