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은 2일 법외노조로 머물렀던 것과 관련 “지난 9년 동안 노동조합이 있으면서도 법적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합법적 지위를 갖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사측인 정부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조석제)가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법원본부 사찰! 노동조합 와해공작! 관련자 형사고발 및 부당노동행위 제소 기자회견’을 개최한 자리에서다.

‘법원본부’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근무하는 일반직 법원공무원들로 구성된 법원공무원단체로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라고 보면 된다. 법원본부(법원노조)에는 1만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어 법원공무원을 대표하는 단체다.

기자회견에서 법원공무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자들은 법원행정권한을 남용해 법원본부 사찰과 노동조합 와해공작을 시도했다”며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었던 고영한ㆍ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그리고 문건 작성 당사자인 정다주 판사를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조석제 법원본부장(가운데)과 윤효권 전 조직국장(좌), 이용관 영남지역 부본부장(우)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고 있다.<br>
조석제 법원본부장(가운데)과 윤효권 전 조직국장(좌), 이용관 영남지역 부본부장(우)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러 가고 있다.<br>

지난 7월 31일 미공개 됐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파일 196개가 추가로 공개되면서, 의혹으로만 있던 법원본부 사찰 및 노동조합 와해공작이 실제로 존재했음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196개 문건 중 ‘2016년 사법부 주변 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을 보면 법원공무원단체(법원노조)에 대한 분석이 나온다.

이 문건은 가입 공무원 현황에서 “(가입률) 최근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긴 하나, 전공노 법원본부 체제에서 가입자 수와 가입률이 상당한 상승세”라며 “신규 서기보들이 거의 대부분 가입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법원노조에 대해 “각종 불법 관행, 부적절 행태가 누적되고 있음”이라며 “주로 정치적 이슈에 대해 기회주의적, 공격적, 책임 회피적 행태를 보임”이라고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의 “대응 수위ㆍ정도의 상향 조정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라고 기재했다.

문건에는 법원노조 제5대 집행부 간부들의 성향을 분석한 대목도 있다. “상당히 공격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이 우려된다, 견해가 다를 경우 대화가 어렵다” 등이다. 법원본부는 이를 사찰의 증거로 보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의 와해공작으로 법원노조의 ‘불법관행 해소 조치의 적극적 집행’ 방법으로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명의 활동 금지 ▲휴직 없는 노조전임자 활동 금지 ▲근무 시간 중 노조 활동 금지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문건은 또 법원노조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적 쟁점도 검토했다.

법원행정처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한 고용노동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원이 전공노 측 패소 판결을 한 점을 근거로, “비록 아직 ‘법원노조의 소멸 또는 존속 여부’에 관한 판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법원공무원단체가 전공노 법원본부를 표방하는 한, 노조로서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은 법률적으로 명확해졌다”는 분석도 했다.

정리하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노조 설립신청이 반려된 단체이니, 전공노 산하인 법원본부(법원노조)도 노조의 실체를 인정할 수 없는 소위 ‘법외노조’라는 취지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다. 이 문건에는 “종래 법원행정처는 법원공무원단체의 법적 지위상 불명확성을 이유로, 또한 그에 기대어, 유보적 스탠스를 취해왔다. 특히 이를 통해 단체협약 체결 요구, 노사협의회 개최 요구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유보적 스탠스가 법원공무원단체의 비정상적 행태의 간적접인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적었다.

문건은 “법원공무원단체는 법적 지위가 불안정함으로 말미암아 돌발적인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면 전환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계속함”이라며 “법원행정처가 적극적으로 ‘합법 노조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 변화 검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법원본부는 지난 8월 6일 자체 진상조사단(단장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을 구성해 문건 작성자인 정다주 판사(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와 법원행정처 노조담당 관계자 등의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은 “노조탄압 시나리오를 법원행정처가 직접 작성하고 실행했던 것으로 충격적이며, 심각한 문제”라고 경악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법원본부 사찰 및 노조와해 공작으로 결론짓고, 직권남용 및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발하기로 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에 이르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

기자회견에 투쟁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김주업 공무원노조위원장은 “모든 사회는 수많은 관계들로 구성돼 있다. 사회가 정말 균형적으로 정상적으로 잘 발전하게끔, 그 관계들에 적용되는 원칙과 룰들이 정말 정상적으로 작동해야만 그 사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 간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면서 “노사 간의 관계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사측은 권력과 자금과 모든 것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헌법에서는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부여하고 법적으로 그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노사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인사말을 하는 조석제 법원본부장

그는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대한민국 사회 노사관계는 정말 불균형적이고 기형적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공직사회는 더욱 더 그렇다”며 “구체적인 실례로 우리는 지난 9년 동안 노동조합이 있으면서도 법적지위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합법적 지위를 갖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우리 사측인 정부였기 때문에 그렇다”며 “어디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그 설립 여부를 자기회사에 신고하는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좌측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김주업 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좌측부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이상원 수석부위원장, 김주업 위원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김주업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우리의 사측인 정부에 또는 법원행정처에 여러 가지 정책들을 비판하거나, 또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하나라도 하려고하면 상대편(정부)은 국가공무원법이요, 지방공무원법이요, 성실의무요, 복종의 의무요, 정치중립의무요, 각종 법과 규정들을 들이대면서 우리를 탄압하고 옭아매고 형사적으로 또는 행정적으로 징계를 가하고 있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사측(정부)이 우리를 와해할 공작을 펼쳐도, 부당개입을 해도, 지배개입을 해도,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우리 공무원노동조합관계법에는 처벌 규정도 없고, 면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어찌 이것이 노사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비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주업 위원장

그는 “그래서 우리는 오늘 부득이하게 형법에 의해서 고소를 하게 되었고, 이 고소는 단순히 우리 공무원노조를 와해하고 사찰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그런 목적을 넘어서 불균형적이고 기형적인 노사 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더 큰 대의를 가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주업 위원장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노사 간의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한국사회의 불균형적이고 기형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끝까지 싸워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정진두 법원본부 사무처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려고 했으나, 오늘은 진정서로만 접수하게 되는 현실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조석제 법원본부장은 이날 “법원본부는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고 양승태와 관련자들을 검찰과 노동청에 직권남용죄, 업무방해죄와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하고, 오는 10월 20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주최로 진행하는 ‘사법적폐 청산 국민대회’에 적극 결합할 것이며, 오는 11월 9일 전국의 법원공무원들이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법원공무원 결의대회’를 개최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조석제 법원본부장
조석제 법원본부장

그러면서 “법원본부는 완전한 사법적폐 청산과 사법개혁을 위해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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