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는 27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해 “유죄 판결 전이라도 우선 국회에서 법관 탄핵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탄핵대상 판사들은 “단순히 양승태 대법원장과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지시에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세를 위해 적극적으로 사법농단에 가담했다”고 봐서다.

국회의원을 역임한 서기호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는 법관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헌법위배 행위에 대하여는 가차 없이 탄핵될 수 있다는 준엄한 헌법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 변호사는 “탄핵대상 법관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퇴직한 고위법관들과 함께,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조직적으로 위반했다”며 ”사법농단은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왔던 법관들에 의해, 그것도 사법부의 수장이라 불리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대법관 이하 고위법관들, 법원행정처의 엘리트 법관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 분노와 허탈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사진=참여연대)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사진=참여연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주관하는 ‘법관에게 책임을 묻다 -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의 의의와 필요성’ 토론회에 참석해서다.

토론회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주주의법학연구회(민주법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ㆍ백혜련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국회의원, 민주평화당 천정배ㆍ박지원 국회의원, 정의당 심상정ㆍ윤소하ㆍ이정미 국회의원,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농단TF 탄핵팀 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기호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사법농단 사태에서 드러난 중대한 헌법, 법률 위반>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서기호 변호사는 먼저 “2017년 법원의 1ㆍ2차 조사가 이루어질 때까지만 해도, 이탄희 판사의 사직 등을 통해 이슈화됐던 핵심은 법관사찰, 법관 블랙리스트였다. 그리고 법원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돌출행동 정도 수준으로 꼬리자르기를 하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법원의 3차 조사를 통해 재판거래 의혹 문건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사법농단 사태라 불리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 변호사는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후 임종헌 전 차장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윗선의 관여 흔적이 담겨있는 USB가 발견되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조직적 범죄라는 증거도 차츰 확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즉 외교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2013년 12월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2011. 10 ~ 2014. 2 대법관 겸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공관에서 만나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에 대한 사건처리를 미루는 등의 대가로 법관의 해외파견 자리를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또 “이는 그 후임인 박병대 법원행정처장(2014. 2 ~ 2016. 2 대법관 겸임)의 위 사건 관련 2차 회동과 통진당 사건 재판에의 개입 등, 그 후임인 고영한 법원행정처장(2016. 2 ~ 2017. 5 대법관 겸임)의 부산 문OO 판사 관련 재판의 개입 등 법원행정처장의 재판개입 의혹 수사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로써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임종헌의 윗선인 3명(차한성, 박병대, 고영한)의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모두 사법농단 사태에 관여돼 있음이 확인돼 가고 있고, 이는 사법농단사태가 4년 동안 3명의 법원행정처장을 모두 임명, 지휘해 왔던 양승태 대법원장의 총괄적이고 포괄적인 지시에 의한 것임을 충분히 추단케 하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더군다나 지난 8월 24일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윗선에 보고하고 지시 내용을 기재해 놓은 업무수첩이 발견됨에 따라, 임종헌 윗선의 지시, 관여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게 됐다”며 “최근에는 2015년 3월경 양승태 대법원장 주재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미리 조성한 비자금 2억 7200만원을 각급 법원장에게 현금다발로 수천만원씩 나누어준 사실이 포착됐는데, 상고법원 관련 활동비로 지급된 정황에 따라 수사가 시작된 부분이야말로 사법농단사태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조직적이고도 광범위한 범죄임을 추단케 하는 지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물론 영장전담판사들의 법원조직 보호, 제식구 감싸기를 넘어서서 사법방해, 증거인멸방조 의혹까지 전개될 정도여서 수사에 어려움이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이미 무너진 둑을 막을 수 없다는 진리처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현재 영장전담판사들의 편파적인 무더기 영장기각과, 법원행정처의 공언과 다른 수사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 등 법원 내부의 분위기가 검찰에 대한 조직적 방어 차원으로 흐르고 있는 경향”이라며 “또한 대법원 판례가 공무원의 직권남용죄를 ‘구체적 권리행사방해의 결과가 발생하여야’ 한다고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데다, 법원의 판사들 입장에서 볼 때 ‘재판거래, 재판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할 경우 법원의 재판시스템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신뢰 붕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법관사찰 의혹 수준을 뛰어넘는 이러한 결과까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서기호 변호사(사진=페이스북)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서기호 변호사(사진=페이스북)

서 변호사는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향후에도 수사과정에서 이러한 흐름은 이어져서 소위 물증의 확보가 힘들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설령 기소되더라도 재판과정에서도 그러한 물증 확보 부족을 이유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조직적 범죄로서의 유죄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일찍이 민변, 참여연대 등에서 적극 성안해 제출한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조차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 등을 이유로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서기호 변호사는 “따라서 향후 형사상 범죄로서의 유죄 입증이 완벽히 되기 어렵더라도, 중대한 헌법, 법률위반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법관탄핵을 우선적으로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법원의 1심 재판 시작 이전에, 먼저 국회의 탄핵소추의 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있었다”며 “2017년 3월 10일 탄핵결정을 통한 파면을 통해, 특검의 수사는 한층 더 탄력을 받아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이후 기소까지 이루어졌던 경험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참고로 탄핵에 있어서는, 헌법, 법률위반일 것을 그 요건으로 할 뿐 반드시 형사상 범죄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형사상 범죄로 인한 법률위반과, 그에 미치지 않지만 법률을 위반한 경우도 탄핵의 대상이 된다. 또한 대통령 탄핵과 달리, 탄핵소추 발의에 있어서 재적 국회의원 1/3, 탄핵소추 의결에 있어서 1/2로 정족수도 완화되어 있기 때문에, 범여권의 주도적인 추진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법관 탄핵으로 인한 부정적 측면 즉 국가적 손실, 사법질서 혼란 등을 살펴보면, 법관의 경우는 대통령과 달리 그 수가 3000여명에 이르고, 그 중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숫자도 160여명에 이르며, 대법관의 경우조차도 13명에 이른다. 그리하여 설령 위 인원 중 극히 일부에 대해 탄핵결정으로 결원이 발생하더라도 그 일시적인 공백을 동료 (대)법관이 메우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나, 재판의 공백 등 사법질서의 혼란이 심각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통령 탄핵의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중대한 법 위반일 것까지 필요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그에 비해 헌법, 법률위반의 정도를 살펴보면, 단순히 법관 1인의 개인적 비리가 아니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원행정처의 조직적 범죄라는 점, 탄핵대상 법관들 역시 하급 공무원처럼 단순히 지시에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향후 출세가 보장된 법원행정처의 핵심부서 등 근무를 통해 상고법원안 관철이라는 목표를 함께 공유하면서 각자의 행위를 분담했던 점, 헌법상 결코 침해돼서는 안 될 재판의 독립,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관련된 것인 점 등에서, 헌법질서에 부정적 영향이나 해악을 미치는 정도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편 법관의 파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측면 즉 헌법질서 수호와 국가적 이익, 특히 국민의 법원 재판에 대한 신뢰 확보의 필요성 역시 매우 크다”며 “따라서 위와 같이 헌법, 법률위반의 중대성이 클 뿐만 아니라, 법관 파면으로 인한 효과에 있어서도 부정적 측면은 적은 반면 긍정적 측면이 훨씬 크다고 할 것이므로, 법익형량을 해 보더라도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에 따른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서기호 변호사는 “탄핵대상 법관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법관들의 지시에 따른 것인데다, 이들이 법관 탄핵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임기만료로 퇴직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 대하여만 탄핵소추하는 것이 형평성 원칙에 위배돼 부당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그 의견을 일축했다.

첫째,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은 아무리 비위를 저지르더라도 징계처분에 의해서는 최고수위가 정직 1년뿐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법농단에 관여된 법관들을 단지 법관 징계절차에 의해 최고 정직 1년밖에 처분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사법불신의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즉 법관 몇 명을 비롯한 사법농단 관여 탄핵대상 법관들은 정직처분으로 일시적인 재판업무 배제가 아니라 탄핵을 통한 영구적인 재판업무 배제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 “법원행정처를 거치는 동안 이른바 판사에서, ‘사법관료’로 변모해온 이들은, 심의관 단계에서부터 발탁돼 나중에 고등부장 승진이 사실상 보장돼 있고 나아가 법원장, 대법관까지 바라볼 수 있는 이른바 출세가 보장된 법관 엘리트들이다”라면서 “특히 적어도 징계회부 이전에 미리 재판업무에서 배제 조치된 5명(이OO, 이OO, 김OO, 정OO, 박OO)의 경우는, 법원 자체적으로 판단하기에 그 가담정도가 심각하다고 봐 이미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것”이라고 지목했다.

서 변호사는 “이들은 그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단순히 양승태 대법원장과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지시에 따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사법농단에 가담했다고 봐야 한다”며 “나아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권순일 대법관을 비롯해 헌법재판소 평의내용 등 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최OO 부장판사 등 탄핵대상자들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참여연대
사진=참여연대

서기호 변호사는 “탄핵대상 법관들은 양승태 대법원장(2011. 9 ~ 2017. 9)에 의해 차한성 법원행정처장(2011. 10 ~ 2014. 2 대법관 겸임), 박병대 법원행정처장(2014. 2 ~ 2016. 2 대법관 겸임), 고영한 법원행정처장(2016. 2 ~ 2017. 5 대법관 겸임) 등을 거쳐서 내려온 포괄적인 지시와 활동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분담했다”고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는 “즉 공익이 아니라 오로지 고위법관들의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상고법원안의 국회 통과를 위한 협력을 구하면서 그 대가로 이미 선고된 재판결과 중 정권에 협조한 사례를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판거래를 하고, 나아가 청와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강제징용 사건 등의 재판들에 대해서는 판결 선고 이전부터 여러 가지 형태로 구체적인 재판에 개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상고법원안 반대 등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행정 방향에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는 현직 법관들을 사찰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중복가입해소조치를 하는 등으로 각종 불이익을 줬다”며 “이렇게 함으로써 탄핵대상 법관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해 이미 퇴직한 윗선의 고위법관들과 함께, 헌법과 법률을 광범위하고도 중대하게 조직적으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사법농단으로 인한 재판거래, 재판개입, 법관사찰 등 오로지 고위법관들의 사익을 추구한 행위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고 심각하다”며 “국민들은 이러한 비리가 소위 법에 대해 가장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에 설마 스스로 법을 어길 리는 없을 것이라고 여겨왔던 법관들, 그래도 우리 사회에 마지막 믿을만한 최후의 보루라고 여겨왔던 법관들에 의해, 그것도 사법부의 수장이라 불리는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한 대법관 이하 고위법관들, 법원행정처의 엘리트 법관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점에 분노와 허탈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서 변호사는 “탄핵대상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와 법관직으로부터의 파면은 법관 직무수행의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사법 공백을 훨씬 상회하는 ‘헌법상의 재판독립의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의 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이미 이들은 국민들의 신임을 잃어 정상적인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은 무너진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뢰를 조금씩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탄핵소추로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아무리 법관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헌법위배 행위에 대하여는 가차 없이 탄핵될 수 있다는 준엄한 헌법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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