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1일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형평성을 심대하게 잃은 영장심사라고 규탄하며,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8일 유해용 전 연구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절도,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유해용 변호사가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면서 후배 재판연구관들이 작성한 사건 검토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상당한 문건을 올해 법원을 퇴직할 때 무단 반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월 20일 검찰이 청구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사태 수사와 관련해 첫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기각해 무산된 것이다.

서울중앙지

이와 관련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단장 천낙붕 변호사)는 “법원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A4용지 2매에 달하는 분량으로 작성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기각 사유로 범죄성립여부에 관해 구체적으로 기재한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라고 지적했다.

허경호 영장전담판사는 기각 사유에서 “영장청구서 기재 피의사실 중 변호사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면서 “그러므로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 TF’는 “피의자에 대한 인신구속이 남발되어서는 안 되고, 형사소송법의 불구속수사 원칙이 지켜져야 함은 물론”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고려하더라도 대단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변은 “무엇보다 그동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온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전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그간 법원은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한 상태에서 피의자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증거를 인멸한 경우, 당해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거의 예외 없이 발부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영장 심사 실무에 비추어, 이번 유해용 전 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영장 심사의 형평성을 심대하게 잃은 것인바, 우리 모임은 형평성을 잃은 법원의 영장 심사 결과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법원은 검찰이 청구해 왔던 압수수색영장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들며 대다수를 기각해 왔다”며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우리는 지금의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 규명에 아무런 의지가 없음을 재차 확인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사법농단 책임자 처벌 관련 특별법에는 사법농단 관련 혐의의 영장을 심사하는 영장전담법관도 특별재판부의 형태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는바, 국회는 신속하게 특별법을 제정해 사법농단 진상 규명이 기존 법원에 의해 좌절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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