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20일 현재 국회에 제출된 ‘병역법’ 개정안 4건과 ‘대체복무역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 1건에 대해 대체복무 신청사유 제한, 판정기구와 절차의 공정성, 복무내용과 기간의 적절성, 복무형태 등을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안, 대체복무역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의 심의 의결 시, 대체복무 신청 사유를 종교적 사유로 한정하지 말고, 판정기구와 절차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군과 무관한 민간 영역에서 과도하지 않은 기간 동안 복무 특성에 맞는 형태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제 인권기준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원칙에 부합한 제도가 도입될 수 있도록 법률을 제ㆍ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는 병역법 제5조 제1항이 대체복무를 포함하지 않은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아울러 해당 조항의 개정시한을 오는 2019년 말까지로 정했다.

이후 김중로, 이종명, 이용주, 김학용(2건) 의원이 대체복무제 도입을 내용으로 각각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인권위는 이 5건에 대해 국제 인권규범과 그간 인권위 대체복무 권고의 기본 원칙에 따라 의견표명하게 됐다.

먼저 이번 ‘대체복무 법률안’ 모두 대체복무심사기구를 병무청 또는 국방부 소속으로 하고, 복무기간을 육군 또는 공군 복무기간의 2배로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그러나 유엔 인권위원회(현재 유엔 인권이사회, 1993년 결의 제84호)와 자유권 규약위원회(2005년 3월)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심사는 ‘독립적이고 공평한 의사결정기관’으로, 국방 당국이 아닌 민간 당국의 권한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인권위도 같은 취지의 권고를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인권위는 심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징집 또는 군복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관이 심사를 담당하고, 심사와 재심사 기구를 분리하며, 심사 위원 자격요건을 특정 부처나 분야로 한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양심적 병역거부 보고서’(2017년 월 제35차 회기)는 대체복무기간이 군복무보다 긴 경우, 초과 기간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한 경우에만 허용되며,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기간이 처벌적 성격을 띠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인권위는 “그러나 대체복무 법률안들은 모두 합리적, 객관적 근거 제시 없이 대체복무기간을 육군 또는 공군 복무기간의 2배로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징벌적 의미를 가진다”며 “이에 인권위는 복무 내용과 난이도, 복무 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체복무기간은 현역 군복무기간의 최대 1.5배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군 영역이 아니며 군의 감독을 받지 않는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 마련을 권고했다. 인권위 역시 구제활동, 환자수송, 소방 등 사회의 평화와 안녕, 질서유지 및 생명보호 등 봉사와 희생정신이 필요한 영역 채택을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법률안 중 일부가 대체복무 내용으로 지뢰 제거, 전사자유해 조사ㆍ발굴 등을 규정하고 있어 관련 법률 규정상 군 또는 국방부 소관업무를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한편, 인권위는 현재 대체복무제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추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에 정책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