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의 압박전략의 일환으로서, 상고법원에 강력 반대하던 서기호 의원이 제기한 법관 연임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재판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민변은 즉각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사법농단 T/F)를 결성하고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다각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다.

민변 사법농단 T/F는 수회에 걸쳐 “사법농단 이슈페이퍼(ISSUE PAPER)”를 발간해 왔다.

이번에 열여섯 번째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는 서기호 전 판사의 연임거부처분 취소소송 재판개입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담아 펴냈다고 9월 13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서기호 변호사(전 판사)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서기호 변호사(전 판사)

먼저 대법원 인사총괄심의관은 2012년 2월 10일 서기호 판사에게 대법원장 직인이 찍힌 <연임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낸다. 2002년 법관이 된 서기호 판사는 이로 인해 퇴직하게 됐다.

서기호 전 판사는 2012년 5월 국회의원에 당선돼 2016년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서기호 전 판사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있을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던 ‘상고법원’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판사들은 10년마다 연인심사를 받는데, 양승태 대법원장은 서기호 판사에 대해 ‘연임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 즉 연임거부처분을 통지했다. “귀하에 대한 10년 동안의 근무성적 평정결과 및 법관인사위원회의 연임적격에 대한 심의결과 등을 종합해, 법원조직법 제45조의2 제2항 제2호에 따라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민변은 사법농단 이슈페이퍼를 통해 이러한 연임거부처분은 매우 부당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민변은 “첫째, 해당 법 조항이 헌법상 명확성원칙에 위배돼 헌법상 법관의 신분 보장 규정과 재판의 독립원칙을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었다”며 “법원조직법제45조의 2는 법관의 연임에 대해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또는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와 같이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만 규정함으로서 법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법관의 독립성이 침해될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또 “둘째, 이러한 연임거부처분에 대하여는 법률상 불복절차가 명문규정으로 마련돼 있지도 않았다”며 “그로 인해 법원행정처에서도 서기호 판사에게 일반적인 공무원들의 소청심사 및 행정소송 절차를 따르도록 불복절차 안내를 할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셋째, 이러한 법관의 징계 또는 연임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 그러한 처분을 한 법원을 상대로 불복 절차를 진행하게 됨으로써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가능성이 높은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재판부인 1, 2심 재판장들뿐 아니라 최종심인 대법원의 대법관 역시, 모두가 징계 및 연임 거부처분권자인 대법원장의 인사권 아래에 놓여 있는 점에서, 헌법상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마지막으로 연임거부처분 그 자체도 그 사유가 존재 하지 않거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서기호 전 판사는 2009년 4월부터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재판 개입사건 관련 신영철 전 대법관의 사실상 사퇴를 주장하는 글을 법원 게시판에 올리고 판사회의를 주도한 사실이 있는데, 그때부터 3년 연속 ‘하’ 등급을 받은 점에 비추어 보복성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또 “실제로 서기호 전 판사의 3년간의 객관적인 사건처리 통계자료상으로 볼 때 평균 전후인 수준임에도, 당시 법원장 1인에 의한 주관적 평가시스템이었던 결과 이러한 객관적 통계와도 맞지 않게 3년 연속 ‘하’ 등급이 이루어진 점, 평가 방식 역시 상, 중, 하 등급으로 상대평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당 법원의 누군가는 ‘하’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법원조직법상의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하여 판사로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절대평가적 개념과도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로 인해 이 사건 연임거부처분 직후 전국적으로 단독판사회의가 개최되면서 근무평정 및 연임심사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양승태 대법원장은 2012년 7월 ‘상, 중, 하 등급 외에 최하등급을 별도로 신설하면서 이러한 최하등급에 대하여는 절대평가로 하도록’ 근무평정방식을 개선하기에 이르렀던 점, 당시 근무평정 결과는 개별 법관들에 대해 1년마다 그 결과를 고지해주지 않아서 이의제기할 기회도 없었던 점 등” 등을 제시했다.

민변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당시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서는 위와 같은 근무성적 불량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고, 사실은 서기호 전 판사의 2011년 ‘가카의 빅엿’이라는 SNS 문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이 많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한편, 서기호 전 판사는 소청심사절차를 거친 후, 2012년 8월 서울행정법원 연임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제기했고, 동시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법원행정처는 3차 조사보고서에서 추출해 냈던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문건 400여건 중 일부의 공개를 거부해 왔는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모든 문건을 공개하라는 의결이 있게 되자, 그제야 2018년 7월 31일 나머지 196개 문건을 공개했다.

◆ ‘VIP 거부권행사 정국의 입법환경 전망 및 대응방안 검토’ [157]

2015년 6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당시 서기호 의원을 비롯해 상고법원에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인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전략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이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서는 서기호 의원 항목에서 “대법관 증원론 등을 내세우며 (상고법원을) 강력 반대(하고) 법원을 타깃으로 한 법률안 다수 발의”라고 적었다. 서기호 의원이 그해 5월 22일 대표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민사소송법 개정안 내용을 근거로 해서다. 그러면서 서 의원을 설득시키려면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해 “동조세력 확산을 방지해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게다가 ‘압박 방안으로’ 서 의원이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과 관련, ‘7월2일 변론종결 등을 통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민변은 “문제는 실제로 이 문건대로 2015년 7월 2일 변론이 종결됐다는 것”이라며 “이 문건은 이 사건 재판의 소송수행자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것이다. 또한 ‘변론종결을 요구한다’가 아니라 ‘변론종결 등을 통해’라고 기재함으로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1심 재판부에 재판진행 방향과 절차에, 심지어 결론에까지 관여할 수 있는 위치였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게다가 이 부분이 당시 상고법원에 가장 적극 반대하던 서기호 의원에 대한 압박방안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더더욱 실제 재판개입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민변은 “한편 서기호 전 판사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임종헌 당시 기획조정실장이 2015년 6월 연임거부취소소송에 대해 취하를 요구했다’라고 하고 있다. 이 부분이 향후 검찰에서 임종헌에 대한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러한 문건 작성이 단순한 검토 차원이 아니라 실행된 것이고, 실제로 1심 재판 전 과정에 개입하여 왔다는 점까지 명확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은 법원행정처가 단지 변론종결뿐 아니라, 서기호 의원의 1심 연임거부처분 취소소송에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관여해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라고 제시했다.

민변은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야당 설득 및 대응전략(142번 문건), 상고법원 입법추진환경 및 국회통과전략(135번 문건), 상고법원 입법환경 중간상황 점검(90번 문건),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전략(98번 문건), 법사위원 대응전략(123번 문건) 여기에는, 서 의원이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이유가 ‘재임용 탈락으로 인하여 법원에 대한 주관적인 악감정을 품어서’ 라는 것을 전제로, ‘전해철 의원 등을 통해 설득해 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고립화 전략을 펴야 한다’고 기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건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당시 법원행정처에서는 상고법원의 관철을 위해 국회의원들, 특히 법사위원들에게 ‘각종 민원성 재판’ 등을 챙겨주는 설득전략(당근)을 구사하는 한편, 서기호 의원처럼 도저히 설득 되지 않은 상고법원 절대 반대 의원에 대하여는 압박전략(채찍)을 구사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그러하기에 이러한 법원행정처의 압박전략의 일환으로서, 서기호 의원의 이 사건 연임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재판개입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짐작될 수 있다”고 봤다.

민변은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는 법원의 3차 조사보고서를 통해 법관사찰(블랙리스트)에서, 재판거래로까지 확대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추가로 공개된 196개 문건을 통해서 국회의원, 특히 법사위 위원을 상대로 한 입법로비 과정 역시 여러 가지로 불법적 요소가 개입돼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는 법원행정처가 그만큼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입법로비를, 상고법원에 올인하던 19대 뿐 아니라 20대까지도 이어왔다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또 “법원행정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관련돼 있는 재판들에 광범위하게 개입해 해당 국회의원들을 설득 또는 압박하고자 했다”며 “서기호 전 판사의 경우 상고법원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명시적으로 표명한 만큼 법원행정처의 압박 대상에 포함돼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민변은 “서기호 전 판사의 연임거부처분 취소소송 재판 개입은, 기존의 재판거래와는 차원이 조금 다른, 국회를 상대로 한 입법로비 관련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사법농단의 또 다른 형태”라고 봤다.

그러면서 “더군다나 상고법원 찬성을 바라면서 국회의원에게 당근을 제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오히려 대법원이 적극 추진하는 상고법원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압박차원에서 재판개입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이는 3권분립 원칙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의 도입을 위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관련 있는 재판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차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가 문건의 추가 공개를 통해서 비로소 사건의 전모가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게다가 이번에 추가로 공개한 문건 중에서도 ‘20대 국회 의원 분석’ 문건은 사생활보호, 명예훼손 우려가 있는 주관적 평가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당사자의 공개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공개하기로 할 정도”라며 “이처럼 특별조사단의 부실한 조사가 확인된 만큼 엄정한 수사를 통한 사 법적 처리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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