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4일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가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형제복지원 사건’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한 것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사진=대검찰청
사진=대검찰청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에 따르면 먼저, 대법원이 확정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판결(대구고등법원 88노593)은 ‘내무부훈령 제410조가 유효한 것임을 전제로, 그에 기하여 원생들을 울주 작업장에 수용하여 출입문을 잠그는 등 이탈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형법 제20조에 정한 법령에 의한 행위, 즉 정당행위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법률의 위임 없이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한 것으로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고, 단속 대상 유형으로 규정된 행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고 사람마다 달리 평가될 수밖에 없어 집행자의 자의적 판단에 적용기준을 맡기게 하는 것으로서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었으며, 과잉금지원칙과 적법절차 원칙 또한 위반한 것이어서 위헌, 위법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검찰개혁위원회는 판단했다.

이에 검찰개혁위원회는 “위헌ㆍ위법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적용해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 등의 원생들에 대한 특수감금 행위를 형법 제20조에 의한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로 판단한 당시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441조가 정한 ‘법령위반의 심판(판결)’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령위반의 판결은 ‘법령 적용의 오류를 시정함으로써 법령의 해석ㆍ적용의 통일을 도모’하고, 나아가 사법적 정의를 뒤늦게나마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법적 절차에 의해 파기, 시정되어야 할 것이어서 검찰총장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진상조사결과를 참조해 ‘형제복지원 사건 확정판결’에 대한 비상상고를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과거사위원회 및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결과 검찰권 남용 및 그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총장이 그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할 것을 권고했다.

민변 과거사위원회는 “이는 검찰개혁위원회가 제1차 권고를 통해 검찰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직접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권고한 것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으로서, 검찰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 피해당사자에 대한 직접 사과 없이는 그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임은 검찰개혁위원회의 이번 권고를 환영하며 검찰의 조속한 후속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4월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했던 바 있고, 검찰은 위 권고에 따라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시작한 바 있다.

검찰개혁위원회 송두환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송두환 위원장과 문무일 검찰총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대검찰청)

민변은 “한편 검찰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할 수 있다는 유일한 신청권자라는 점에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신청은 법률상의 권한인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큰 성과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검찰총장이 이제까지 실체법 위반, 특히 범죄의 성립 여부 판단에 관련한 법령위반을 이유로 하여 비상상고를 신청한 전례가 없었다는 등의 사정은 비상상고 신청을 함에 있어서 무슨 장해사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민변 과거사위원회는 “그 동안 검찰은 자명한 사안에 대하여도 과거를 반성하고 바로잡는 것을 외면해왔고, 그 수단으로서의 비상상고에 대하여도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권고를 계기로 비상상고를 진행하면서 불명예스러운 과거와 결별하고, 진실만 따라가는 공평한 검찰,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검찰로 자리매김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변은 “국회는 더 이상 피해자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 피해자들의 국회 앞 천막농성은 이미 300일을 넘었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과거사정리기본법(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회는 연내에 위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켜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변은 “개정안에 대해 오랜 논의가 계속되어 왔는바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 연내 입법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심사를 미루고 있는 것은 과거사 문제와 그 피해자들의 고통을 경시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변 과거사위원회는 “검찰개혁위원회의 이번 권고를 다시 한 번 환영한다. 조속히 검찰의 비상상고와 국회의 입법이 이루어져 피해자들을 구제하고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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