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3일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던 사형수(사형확정자)가 교도소 자체 평가시험 성적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응시를 불허 당하자 지난 9월 4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고(故) 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고 유현석 변호사님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에 따르면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A씨는 중학교 졸업 학력자로 B교도소 수용 중 지난 8월 시행된 고졸 검정고시 응시 신청을 했다. 수용자가 검정고시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미리 교육대상자(학사고시반)로 선발되거나 독학으로 응시해야 하는데, A씨는 독학으로 응시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07조 제2항은 “작업ㆍ직업훈련 수형자 등도 독학으로 검정고시ㆍ학사고시 등에 응시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체 평가시험 성적과 수형생활태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위 규정에 따라 자체 평가시험 성적이 평균 60점 이상인 수용자에게만 검정고시 응시를 허가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7일 치러진 자체 평가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이 없자 기준을 평균 50점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A씨는 평균 40점을 받아 검정고시 응시를 불허 당했다.

천주교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권은 국민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신장하고 인격을 발현하는 토대가 된다”며 “국가는 국민이 사회적ㆍ경제적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필요한 교육시설 및 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며, 국민은 국가로부터 차별이나 간섭을 받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검정고시는 정규학교 등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학력을 인정해주는 최소한의 제도”라며 “교육권은 국가가 검정고시 응시를 불허하거나 응시 자격에 부당한 차별을 두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구금시설 수용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고 봤다.

인권위는 “구금시설 수용자에 대한 기본권 제한은 도주와 증거인멸의 방지라는 구금의 목적과 관련된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 등으로 한정되어야 하며 그 역시 필요한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검정고시 응시 불허는 기본권 제한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법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인권위는 “교정시설의 수용 질서 유지를 위해 응시자의 숫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B교도소의 자체 평가시험은 기본권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최소 침해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자체 평가시험이 추구하는 공익은 응시자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 수용질서를 유지하는 것일 것”이라며 “그러나 검정고시 시험장소가 외부가 아니고 B교도소 내부여서 도주의 우려나 이에 따른 호송의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2017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수용자 618명이 검정고시에 응시해 533명이 합격(합격률 86.2%)해 응시자가 전체 수용자의 1% 남짓에 불과하다.

천주교인권위는 “과거에 비해 전체 국민의 학력이 높아짐에 따라 교정시설 수용자의 학력도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따라서 자체 평가시험을 치르지 않더라도 검정고시 응시를 원하는 수용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인권위는 “설사 응시자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검정고시 응시 금지가 아니라 응시를 장려하기 위한 시험장소 등의 확대”라며 “이처럼 자체 평가시험은 추구하는 수용질서 유지라는 공익에 비해 검정고시 응시 불허에 따른 교육권 등의 침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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