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에 비협조인 법원과 ‘셀프 법원개혁’을 추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쓴소리를 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가 알려진 후 김호철 회장을 비롯한 민변 회원들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식 영장 기각을 규탄하고, 영장 기각 사유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8월 30일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과 동문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 단장을 맡고 있는 천낙붕 변호사(좌)와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상록)가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사 서문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민변)

민변(회장 김호철)은 이날 <‘셀프’ 법원개혁, 이대로는 안 된다 – 참담한 사법부 “70주년”에 부쳐>라는 성명을 통해서다.

민변은 “비자금 조성, 재판 관련 보고서의 유출, 일선 법원 결정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부당한 개입 등,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법농단 사태는 그 끝을 알 수 없이 참담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 또한 그 끝을 알 수 없이 커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한 검찰의 수사는 납득할 수 없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가로막혀 있다”며 “이례적으로 4일간이나 압수수색 영장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주요한 증거가 파쇄 되는 등, 우려했던 증거 인멸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법원행정처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 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민변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최초 사법농단 사태에 대해 (검찰에) 고발까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그 이후 법원행정처는 검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도 부응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영장 청구에 대해 그 대다수를 기각하기에 이르렀다”며 “기대를 모았던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조차, 사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문제에 대하여는 침묵으로 일관했을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의 재발방지책이라 할 수 있는 법원개혁 또한 난맥상에 처해 있다”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사법농단 사태의 진앙이 된 법원행정처 스스로 ‘셀프개혁안’을 만든 사실, 나아가 이를 입법화하기 위해 국회를 찾아가 로비를 한 사실까지 드러나는 형국”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이어 “법원행정처가 만든 ‘셀프개혁안’은 공청회 등 기초적인 국민적 의견 수렴 절차조차 단 한 차례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개혁의 대상인 법원행정처가 개혁의 독자적 주체로 나서는 언어도단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 해결에 있어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피해회복, 재발방지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 일방적으로 ‘셀프개혁안’을 추진하려는 법원행정처의 위와 같은 행태는 현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경박한 인식 수준을 극명하게 대변한다”고 진단했다.

또 “국민들은 사법부에 대해 뼈를 깎는 쇄신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법원행정처는 그저 스스로에 의한 땜질식 처방으로 국민적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임은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변은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한 세 차례 사법부의 셀프 조사는 초라한 결과만을 내놓았을 따름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개혁 대상 스스로의 개혁은 결코 불가능하다는 당연한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며 “사법부가 주도권을 갖는 법원개혁은 ‘국민과 함께하는 법원개혁’이라고 볼 수 없으며, 결코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을 수 없음을, 우리는 사법부에 경고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법원개혁의 추진은 범국민적 관점에서 진행돼야 한다. 법원개혁의 추진 기구는 반드시 사법부의 통제 영역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사법부ㆍ행정부ㆍ입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등 각계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현재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의 협소한 의제를 넘어 현 시기 요구되는 법원개혁의 다양한 요구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과거 사법개혁의 역사는 우리에게 국민적 지지 없이 법원개혁의 성공도 없다는 사회적 교훈을 남겼다”며 “만시지탄이나, 국회는 법원개혁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신속하게 구성해 법원개혁에 필요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와 행정부 또한 법원개혁 문제를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할 것이 아니라,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위원회 및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의 전례를 참고해 신속히 법원개혁의 길에 동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무엇보다, 사법부 스스로 독자적인 법원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국민 모두에게 사법개혁의 진정한 길을 묻는 개방적 입장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법원개혁,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고 공권력을 견제하며 사회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법원개혁, 사법농단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법원개혁, 우리 모두는 그 엄중한 과제 앞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의 무게를 깊이 인식하고 제대로 된 방향의 법원개혁에 진력해야 할 시기이지, 만연히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나설 한가한 입장이 아니다”며 “우리 모임은 우려스러운 사법부의 ‘셀프’ 법원개혁 시도를 규탄하며, 진정한 법원개혁이 현실화 될 때까지 감시와 비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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