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변호사 출신으로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천정배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1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와 사법농단에 연루된 위법한 판사들의 탄핵을 주장했다.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오랜 침묵을 지적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다. 김현정 진행자는 먼저 차관급인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 변호사의 얘기를 다음과 같이 꺼냈다.

“지금은 변호사를 하는 전직 대법원 연구관이 퇴직하면서 대법원 재판 관련 내부 문건들을 무더기로 가지고 갔다. 그런데 사법농단 사태를 수사하던 검찰이 이 부분에 주목을 하자, (유해용은) ‘저 증거 인멸하지 않겠습니다’는 서약서를 써줍니다. 그리고 나서 검찰이 (유출한) 문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 영장전담판사가) 세 차례나 기각한다. 네 번째 만에 영장을 발부 받아 (유해용) 사무실에 들어가 보니까 문건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전직 연구관이 문건들 모두 파쇄해 버리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아예 분해해 버렸다.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을 공개적으로 모욕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지금은 유해용 변호사다”.

김현정 진행자는 “유해용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차관급 법관으로, 상당히 고위직인데 이번 사법농단 의혹 사태에서 이 사람의 역할을 파악하는 게 왜 중요한 겁니까?”라고 물었다.

천정배 의원은 “앵커께서 ‘사법 시스템을 모욕했다’ 조목조목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최고의 법률 전문가인 법관이 그리고 공무원 중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공정해야 한다고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법관이 국가 소유의 문건을 퇴직하면서 수만 건 대량으로 가지고 나와서 사적으로 사유화했단 말인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놀랐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대법원에서 재판을 할 때 대법관들이 그 많은 사건을 다 직접적으로 연구하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니까 그걸 보조한다고 할까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라고 해서 수십 명을 (법원행정처에) 모아놓고, 거기서 대법관들의 지휘를 받아서 관련된 법리를 검토하고 연구하도록 만든다. 그야말로 재판연구관이니까, 대법관의 직접적인 보조자인 법관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적인 판단권은 대법관이 갖고 있지만, (재판연구관들은) 연구해서 보좌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대법원 판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유해용 전 수석재판연구관의 대법원 재판 문건 유출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다른 사람도 아닌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의 최고의 법관. 사실 (재판연구관) 그분들 중에서 대법관도 곧 나온다. 그런 최고위 법관에 해당하는 분이 (대법원 문건 유출) 이런 짓을 했으니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영장전담판사가) 그것을 ‘(문건을 가지고 간 행위가 부적절 하지만,) 죄가 안 된다’고 하니까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죄라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에서 판단해 보면 죄가 안 될 수도 있으나, 그 전후를 둘러싼 정황들이 너무도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벌써 (유해용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세 차례나 기각했는데, 마지막 (네 번째) 영장은 나흘 만에 기각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일각을 다투는데 지연되면 될수록, 이렇게 이번에 유해용 전 판사가 했던 것처럼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영장전담판사를 지적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

천정배 국회의원은 국회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천정배 의원은 “국정조사는 물론 해야 될 좋은 방식 중 하나다. 그러나 수사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국민들께서 보셨겠지만 국정조사라는 것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시쳇말로 야단을 칠 수 있지만, 그것에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다는 것은 검찰 수사에 비하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히 수사를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서 적어도 국회가 분명하게 문제점을 짚고 또 따져보고 해결책도 만들어야 할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특히 천정배 의원은 “그리고 반드시 이번에 (사법농단 관련 위법한 판사들은) 탄핵 절차가 개시돼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것은 법관들에 대해서 제가 감정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이렇게 심각한 문제가 사법부 내에서 일어났고 또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된 법관들을 슬그머니 업무에서 배제하게 한다는 것, 그러니까 무슨 사표를 내게 한다든가 이런 정도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우리 사법부 내에 있는 폐습과 악행에 대해서 적어도 우리의 법적인 절차 내에서 이것을 해결해야만 앞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며 “그러니까 비유컨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슬그머니 물러나게만 했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우리 사회의 적폐 청산과 개혁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법관 탄핵을 역설했다.

김현정 진행자가 “김명수 대법원장도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온다”고 하자, 천정배 의원은 “책임이 크신 분”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지금 정말 사법부 최대 위기다, 가장 존경받고 가장 신뢰를 받아야 할 법관들이, 사법부가 지금 ‘공범이다’ 이런 말을 들을 만큼의 심각한 상황으로 갔으니. 적어도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께서 책임지고 나서서 확실하게 해결해 줘야 된다. 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의원은 “강력한 리더십에 관해서 솔직히 말해서 좀 미흡하다.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너무 오랫동안 침묵하고 계신 것 같다”고 김명수 대법원장의 침묵을 지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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