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시골마을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기 위한 유일한 통행로인 경사로가 있다. 그런데 경사로 부근 토지를 경매로 낙찰 받은 사람이 경사로 입구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만 남긴 채 철재 펜스를 설치했다.

경운기 등이 오가며 농사를 짓는 마을주민은 불편을 겪어야 했고, 검찰은 펜스를 친 사람을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7월 중순 대구 달성군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길이 500m, 폭 2m 콘크리트 도로상에 폭 80㎝만 남기고 철재를 사용해 180㎝ 높이로 길이 5~6m 구간에 펜스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경운기 등 농기계나 차량의 통행을 할 수 없도록 막아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형사3단독 이준영 판사는 2017년 10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해당 도로는 주변 토지 3필지에 거주하는 특정인만 이용하는 통행로이고, 이 사건 도로 외에도 옛 통행로가 존재하므로, 이 도로는 일반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인 육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피고인이 육로인 이 사건 도로의 교통을 방해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심 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임범석 부장판사)는 최근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에 “이 사건 도로는 도로포장이 돼 있지 않은 공터였다가, 2014년 3월 한 회사가 공장 차량 등의 통행로로 이용하기 위해 도로포장을 한 이후부터는 공장 차량뿐만 아니라 인근 3필지 거주자들도 이를 도로로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이 도로 인근 3필지는 경사로인 도로 위쪽에 위치하고, 뒤로는 산이 맞닿아 있는 관계로 거주자들은 이 도로를 지나지 않고서는 언덕 아래로 나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이고, 이 도로 우측에는 사람이 보행이 가능한 배수로가 있으나, 이 사건 도로가 포장된 이후로는 돌층계로 인해 길이 중간에 막혀 더 이상 통행로로 이용할 수 없게 됐으므로, 이 도로는 적어도 2014년 3월부터는 인근 3필지 거주자들의 유일한 통행로로 이용돼 왔다”고 봤다.

재판부는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육로라 함은, 사실상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으로서,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 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 등을 가리지 않는 바, 이 사건 도로가 인근 거주자들의 유일한 통행로로 사용돼 온 이상, 이는 사실상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로에 해당하고, 이 도로를 인근 3필지 거주자들 외에 달리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출한 이 사건 도로 부지에 대한 입찰 정보에는 ‘위 토지의 일부가 도로로 이용 중’이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 피고인은 위 토지를 낙찰 받을 때부터 이 도로 부지 중 일부가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당시 이 도로는 인근 거주자들의 농기계, 수레 등의 통행이 가능할 정도의 폭을 가진 도로였는데, 그럼에도 피고인은 위 토지를 낙찰 받은 이후 이 도로 위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만 남긴 채 철재로 된 펜스를 설치했으므로, 교통을 방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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