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선수들은 귀국 기자회견장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하고 침울하게 인사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야구대표팀에 대한 비난이 거세고, 병역면제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뜨겁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국민들은 병역기피 의혹이 있는 특정선수들이 포함된 야구대표팀이 금메달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지 않기 위해 ‘은메달’을 따라고 비아냥하는 기이한 사회현상마저 일어날 정도였다.

야구대표팀으로 인한 병역면제혜택 논란은,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가 병무청장에게 병역특례제도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내달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성균관대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에서 초빙교수로서 예비 법조인들을 가르치고 있는 고성규 변호사도 병역면제제도에 관심을 나타나며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병역면제제도 폐지를 주창함]이라는 글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명쾌한 해결책”, “정책입안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이 참고하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

고성규 변호사(사진=페이스북)
고성규 변호사(사진=페이스북)

그는 먼저 논란의 원인부터 짚었다.

고성규 변호사는 “오지환 선수(프로야구 LG트위스)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취득에 따른 병역면제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다”며 “야구 대표선수 발탁 때부터 이미 비판이 시작됐던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개인종목에서라면 좀체 이런 시비가 생기기 어려울 텐데, 단체종목에선 후보 선수로 끼워 넣어져 슬쩍 묻어가는 일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고 짚었다.

고 변호사는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다른 (야구대표) 팀과 달리, (대한민국은) 프로선수들을, 그것도 처음부터 병역면제를 노리고 참가하려는 선수들을 위주로 (야구대표) 팀을 꾸렸고, 그러다보니 면제조건을 갖추는 일이 너무 쉬워서 논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성규 변호사는 ‘병역면제제도 폐지론’을 주장했다.

고 변호사는 “사실 오지환 선수 개인은 잘못이 없다”며 “(병역) 면제제도가 있고 면제받는 게 큰 이득이 되는 사람이 그 기회를 얻고, 그에 따라 혜택을 입은 것을 비난할 순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난은 공정한 기준에 의하지 않고 ‘감독의 고유권한’을 앞세워 주관적으로 선수를 선발한 (선동열) 감독과 그것을 가능케 한 해당 경기단체(한국야구위원회 KBO)에 주어져야한다”고 지목했다.

고 변호사는 “오지환 선수 때문에 촉발된 병역특혜시비가 스포츠를 넘어 예술과 체육의 전 분야로 커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생기는 문제겠지만, 특정분야의 예체능 우수인력이라 해서, 그것도 메달의 색깔과 대회명칭을 가려가며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제도는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더라도 신체적 또는 종목 특성상 금메달을 생각하기 어려운 선수들에겐 가혹한 일이 되고, 그렇다고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죄다 면제혜택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양심 또는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한 집총 거부자에 대해 새로이 전향적인 헌재(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지고 그에 따라 대체복무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이는 더욱 자명해 진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병역) 면제는 폐지하고, 대체 또는 유예(연기)만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고성규 변호사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든, 월드컵에서 우승하든 그것은 개인적ㆍ국가적 경사로서 축하하고 박수칠 일이다”라면서 “그러나 그걸 병역의무와 연계시키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고 변호사는 “지금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예체능과 전혀 무관하고 금메달 따는 일이 없더라도 개인의 선택,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하는 집총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를 허용해야 하는 국면에 와 있다”고 직시했다.

고성규 변호사는 “그러므로, 스포츠선수나 무용수, 아이돌스타와 같이 젊었을 때 (군입대로) 단절되는 일없이 자기 분야를 계속 파고들어야 그 기량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에겐 입영시기를 충분히 늦춰주고, 상무팀처럼 입대해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분야는 그대로 그 길을 열어주고, 정히 군입대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겐 일정한 나이를 정해서 그 이전까지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면 그만이다”라고 제시했다.

고 변호사는 “외국에서든 국내에서든 자기분야에서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전성기를 누리고 돈도 벌고, 그 이후에 입대를 하든 대체복무를 하든 국방의 의무를 피하지 않되, 다만 복무 시기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걸 지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성규 변호사의 글을 본 누리꾼들은 “날카로운 대안 제시”, “공평한 대안”, “아주 합리적인 생각”, “멋진 제안이다, 예리하다”, “절대 공감한다”, “시원하고 명쾌한 해결책, 누구에게나 공평한 나라를 꿈 꾼다”라는 등의 지지 댓글을 달았다.

또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분이 읽게 되기를 기원한다”, “군 면제제도에 대한 가장 정확한 대안, 왜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생각으로 해결해 나가려고 하지 않을까요?”, “변호사님 최고, 국방장관으로 추천 드릴게요”, “변호사가 아니라 판사님이 되셨어야 하는데~”라는 댓글도 눈길을 끌고 있다.

동료 변호사들도 “역시 훌륭하다”, “시원하다~정책 결정하는 사람들이 필독”이라는 댓글을 남기고 있다.

고성규 변호사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고성규 변호사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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