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빚은 임차인이 건물주에 흉기를 휘두른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이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평결한 것과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7일 “국민의 공정한 시선의 현명한 판단”이라며 존경을 표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재판장 이영훈 부장판사)는 9월 6일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 판결을 선고했다. 지난 4일과 5일 양일 간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법원은 피고인(궁중족발 사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건물주를 다치게 할 의도로 둔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상해)와 기물을 손괴한 혐의(특수재물손괴)를 유죄로 판단했다. 살인미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판결에서 배심원들은 ‘만장일치’ 의견으로 피고인의 ‘살인미수’ 혐의가 무죄라는 점을 밝혔다”며 “재판 진행과정에서 수차례 선입견을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배심원단은 흔들림 없이 국민참여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CCTV 영상 등 증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실상을 보여주는 증거를 중심으로 공정하게 내린 판단”이라며 “주권자 국민의 공정한 시선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배심원단의 현명한 판단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다만, 양형에 관해 배심원 절대 다수의 의견이 2년 이하의 징역형이었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재판부의 양형 결론에 대하여는 국민참여재판법의 입법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임을 밝힌다”고 배심원 의견 보다 높연 형량을 선고한 재판부에 유감을 표시했다.

또 “국민참여재판 과정에서 진실은 드러났다. 증거를 통해 살펴 본 ‘궁중족발 사건’의 진실은 자극적으로 편집돼 보도된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며 “피해자가 망치에 수차례 머리를 가격 당했다며 살인미수를 주장하는 검찰의 주장은 CCTV 영상에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사건을 ‘살인 미수’로 무리하게 기소한 것은 객관적인 증거보다 자극적인 목소리에 주목했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기소가 무리한 기소였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예로, 민변은 “검찰의 신문조서를 살펴보면 검찰이 신문과정에서 피고인이 명백하게 망치를 들고 있지 않은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망치로 가격하는 모습이라며 CCTV 사진을 제시하고 피고인을 추궁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피고인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에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면 오늘 판결의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와 같은 검찰의 증거에 기초하지 않은 수사와 무리한 기소는 엄중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생존과 삶을 박탈당한 임차인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국가로부터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인인 임차인은 결국 자신과 가족 등을 모욕한 임대인에게 2018년 6월 7일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자책감에 하루하루 고통 받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단순히 피고인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피고인은 자신의 죄값을 치르게 됐는데 우리 사회는 어떠한 값을 치를 것인가 엄중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국회입법조사처 발간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최장 14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고, 임차인을 내보내는 경우 보상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는 9년 이상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고 영국과 마찬가지로 보상방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상과 같이 다수의 국가가 사회적 합의와 입법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아 8월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됐다”며 “‘궁중족발 사건’은 비극이다. 더 이상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는 하루 빨리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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