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4일 인권교육센터에서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대 이성호 위원장 이임식을 개최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퇴임식(사진=인권위)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퇴임식(사진=인권위)

이성호 위원장은 이임식에서 “우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결의 계기를 마련했고,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이 단계적으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공기업을 중심으로 인권경영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 등에 대해서도 보람있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또 “여러분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인권위 헌법기관화가 무산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인권은 여야, 좌우를 떠나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인데도 보수, 진보의 진영 논리가 인권 현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경제발전과 인권신장은 함께 조화시키며 추구해야 할 가치인데도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 생각을 가진 이들 또한 적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여러분과 함께 제 임기 중 추진하던 일 중에서도 특히 인권기본법과 인권교육지원법,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하여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위한 위원회법 개정 등 인권보장체계를 확고하게 제도화하는 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인권국가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는 일 등은 비록 쉽지는 않더라도 꼭 해 내야 할 과제들”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한 이성호 위원장은 지난 2015년 8월 13일 제7대 국가인권위원장에 취임했다.

한편, 이임식에서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이 이성호 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조영선 사무총장이 이성호 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사진=인권위)
조영선 사무총장이 이성호 위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사진=인권위)

<다음은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 이임사 전문>

사랑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가족 여러분,

저는 이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여러분께 작별을 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3년 전 구 청사인 금세기빌딩에서 여러분께 첫 취임 인사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임 인사를 하게 되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요즘 국회 일정도 있고 해서 여러 모로 바쁘고 힘드신 가운데도, 저의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상임위원님들과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취임 당시 저는 여러분께 인권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시민사회단체, 국가기관, 국제기구와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국제사회로부터 존중받는 위원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 이곳 나라키움 저동빌딩 신청사에서 임기를 마치며 돌이켜보면, 나라 전체가 정치적 격변을 겪는 가운데서도 위원회 가족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노심초사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일말의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간 여러분께서 각자의 업무영역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먼저 국제관계부터 돌아보면, 위원회 등급심사의 전제조건이었으나 여러 해 동안 이루지 못했던 인권위법 개정에 성공하고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함으로써 우리 위원회가 A등급 국가인권기구로서 위상을 회복한 것,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고령화실무그룹 의장국으로 노인인권 의제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 아셈노인인권컨퍼런스의 연례적인 개최와 이를 바탕으로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를 설치한 것 등 많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이제 국제사회에서 우리 위원회는 어느 나라 국가인권기구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 총회 개회식장에서 2,4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우리 위원회의 활동에 대하여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제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강원인권사무소를 신설하는 한편, 국제인권과와 아동청소년인권과를 설치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며, 새 정부 하에서는 인권위 위상강화 방침과 맞물려 차별시정국과 사회인권과, 군인권조사과, 성차별시정팀을 신설하고 정원을 대폭 늘림으로써,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인권수요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취임식 당일 두 건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금세기빌딩 옥상 광고탑에서 농성 중이던 노동자 가족들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여러 인권현장과 단체들을 직접 방문하고, 소통협력팀을 새로 만드는 등의 노력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가 점차 회복되고, 새 정부 출범 후의 혁신위 활동과 그 권고 수용 등을 통해 인권증진을 위한 동반자 관계가 복원된 것도 다행스런 일입니다.

종전 연 평균 40건 정도이던 정책권고 및 의견표명 건이 제 임기 중에는 연간 70건 정도로 활성화되었고, 지난해 12,000건을 돌파할 정도로 폭증하는 진정사건 속에서도 해마다 구제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 유명무실하던 조정제도가 연간 30건 이상으로 활성화된 점 등은 여러분들께서 다방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셨습니다.

우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결의 계기를 마련한 점,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이 단계적으로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 점, 특히 공기업을 중심으로 인권경영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 등에 대해서도 보람있게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많은 일들을 이루기 위해 국내외에서 시민단체, 국가기관, 국제기구와의 소통과 협력에 애쓰시고, 또 본연의 업무처리를 위해 애써 주신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업무의 적시성과 실효성을 높일 것을 독려하며 본의 아니게 여러분을 힘들게 한 부분이 있었다면,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가족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한 지난 3년은 제 30년 간의 법관 생활 이상으로 많은 것을 고민하고 겪으며 분투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떠나려니, 이제 막 달릴 채비를 한 상태에서 바톤을 넘기는 주자처럼, 여러 현안들을 마무리 못한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였던 인권위 헌법기관화가 무산되었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문제도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권은 여야, 좌우를 떠나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가치인데도 보수, 진보의 진영 논리가 인권 현안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경제발전과 인권신장은 함께 조화시키며 추구해야 할 가치인데도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친 생각을 가진 이들 또한 적지 않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를 이끈 넬슨 만델라는 ‘아무 것도 흑 또는 백은 아니다’(Nothing is black or white.)라거나, ‘친구를 가까이 하라. 그러나, 경쟁자는 더욱 가까이 하라’(Keep your friends close and your rivals even closer.)로 화해와 포용,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였습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나 소수자에 대한 포용보다 흑백 논리와 편가르기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다 같이 되새겨볼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유엔이 추구하는 3대 사명은 평화(Peace), 발전(Development), 인권(Human Rights)입니다. 정부 각 부처에 정책을 권고하는 우리들 자신부터 인권의 가치를 기본으로 하되, 지나치게 편향된 점은 없는지 늘 경계함으로써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제 임기 중 추진하던 일 중에서도 특히 인권기본법과 인권교육지원법,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하여 군인권보호관 설치를 위한 위원회법 개정 등 인권보장체계를 확고하게 제도화하는 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일,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아 인권국가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는 일 등은 비록 쉽지는 않더라도 꼭 해 내야 할 과제들입니다.

다행히 우리 위원회 초창기부터 관여하여 우리 위원회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신 신임 위원장님께서 부임하시는 만큼, 새로운 위원장님을 중심으로 여러분의 지혜와 역량을 하나로 모아 차근차근 성취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저도 전임 위원장으로서 밖에서나마 여러분을 응원하고 위원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가족 여러분,

최근 예멘 난민문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우리 위원회의 속성상 우리는 자주 국민 다수로부터 박수와 칭찬을 받기보다는 비판과 비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나 구성원이 그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각고의 노력이 폄훼되고 진심을 오해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우리 위원회에 대한 외부의 비판은 더 따갑기만 합니다.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열심히 하고 있고, 또 잘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은 있게 마련이고, 그 부분은 차차 채워나가면 됩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좌절과 포기로 넘어질 때마다 우리 사회의 인권 신장은 그만큼 늦어진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거나 매사에 냉소적인 태도를 갖지 않도록 당부 드립니다. 그리고 때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의견이 다르더라도 동료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만큼은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평생을 위원회와 함께 할 직원 여러분에 비하면, 저는 밤하늘의 유성처럼 잠시 스쳐가는 위원장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3년 동안 저를 믿고 따르며 고락을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거듭 감사드리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9. 4.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이성호

[로리더 표성연 기자 desk@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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