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대학교수들도 ‘단결권’을 인정받아 노동조합(노조) 설립이 가능해진다. 사립대학 교수, 국공립대학 교수 모두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8월 30일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일체 인정하지 않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본문이 대학 교원들의 ‘단결권’을 침해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단순위헌결정을 선고할 경우 법적 공백 상태를 고려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면서, 입법자인 국회가 관련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2020년 3월 31일을 시한으로 잠정적용을 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재판관 7명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재판관 2인은 합헌 반대의견이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은 고등교육법상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전국 단위의 노동조합으로서, 2015년 4월 20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장관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5조 단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 본문이 교원 노동조합의 가입범위를 초ㆍ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의 교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동조합은 현행법상 설립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3년 4개월 간 교수노조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법외노조 상태를 유지해오고 있다.

교수노조는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설립신고반려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소송 계속 중 노동조합법 제5조 단서와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은 2015년 12월 30일 헌재에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에서 “교원”이란 ‘초ㆍ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을 말한다. 이에 따라 대학교수는 교원노조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어 노조설립을 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대학 교원에 대해 근로기본권의 본질적 권리인 단결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여부로서,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과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으로 나누어, 각각의 단결권 침해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해,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에 대해서는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에 대해서는 입법형성의 범위를 일탈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나누어 심사했다.

쉽게 말해 헌재는 사립대학 교수와 국공립대학 교수를 나눠 판단했다.

◆ 교육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의 단결권 침해 여부(사립대학 교수)

헌재는 “대학 교원은 교수협의회나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대학행정ㆍ학사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 대학자치의 주체로서 어느 정도 대학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보장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근무조건 개선을 위해 대학 측을 상대로 교섭할 권한이 없고, 교수협의회의 역할은 해당 학교의 문제에 국한돼 교육부 혹은 사학법인연합회를 상대로 근무조건의 통일성 등에 관해 교섭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또 대학의 자율성을 헌법에 보장하는 취지는 대학 구성원들이 학문의 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기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자주적으로 결정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므로,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에 대해서까지 대학 구성원들이 대학의 자율성을 근거로 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헌재는 “설령 일반 근로자 및 초ㆍ중등교원과 구별되는 대학 교원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대학 교원에게도 단결권을 인정하면서 다만 해당 노동조합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노동조합과 달리 강한 제약 아래 두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그러므로 교육공무원이 아닌 대학 교원들의 단결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들이 향유하지 못하는 단결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고 있는 근로3권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권리임에 비해, 대학 사회가 다층적으로 변화하면서 대학 교원의 사회ㆍ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위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아닌 대학 교원이 단결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만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불이익은 중대한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의 단결권 침해 여부(국공립대학 교수)

헌재는 “교육공무원은 교육을 통해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직무수행은 ‘교육’이라는 근로를 제공해 교육을 받을 권리를 향유하는 국민들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이러한 교육공무원의 직무수행의 특성과 헌법 제33조 제1항 및 제2항의 정신을 종합해 볼 때, 교육공무원에게 근로3권을 일체 허용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입법형성은 합리성을 상실한 과도한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나 학칙에 의한 교수협의회 등은 연구와 교육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있는 것이고, 단지 위와 같은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학 교원의 임금, 근무조건, 후생복지 등 교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한 단결의 필요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합리화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대학 교원에 대해 단결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는 찾기 어렵고, 다만 단체교섭의 방법 및 단체협약체결권 인정 여부 등을 일반 노동조합이나 초ㆍ중등교원과 달리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공무원인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입법형성의 범위를 벗어난 입법”이라고 판시했다.

◆ 헌법불합치결정 및 잠정적용명령

한편,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나, 단순위헌결정을 해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초ㆍ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에 의한 교원들에 대한 교원노조 설립의 근거가 사라지게 돼 재직 중인 초ㆍ중등교원에 대해 교원노조를 인정해 줌으로써 이들의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함에 있어 대학 교원의 특성 등을 고려해 대학 교원의 단결권 보장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의 한도 내에서 입법자에게 재량이 부여된다”며 “따라서 입법자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선할 때까지 그 효력을 존속하게 해 이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불합치결정 및 잠정적용을 명했다.

◆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의 합헌 반대의견

두 재판관은 “대학 교원은 학문의 자유의 제도적 보장과 대학자치 보장을 통해 일반근로자 및 초ㆍ중등교원과 구별되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며 “대학 교원은 교수내용이나 교수방법에 관한 한 누구의 지시나 감독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강의실에서는 학문적 견해를 자유로이 표명할 수 있는 ‘교수의 자유’도 보장된다”고 말했다.

또 “대학 교원은 대학의 자치의 주체로서 대학의 인사 및 행정, 학사 등 중요사항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고, 총장선출에 관여할 수 있으며, 보직교수 활동 및 대학평의원회 및 교수회(교수협의회) 활동을 통해 대학행정 및 학사 등에 관한 정책형성과 평가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재판관은 “대학 교원은 초ㆍ중등교원과 달리 정당가입과 선거운동 등의 정치활동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학 교원은 정치활동을 통해 사회 정책 및 제도 형성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위원회, 정부기관 연구 활동 등을 통해 국가정책을 형성하기도 한다”며 “대학 교원은 노조형태의 단결체가 아니더라도 정치활동이나 전문가단체 혹은 교수회 등을 통해 사회적ㆍ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이 초ㆍ중등교원과 대학 교원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대학 교원이 초ㆍ중등교원과 비교해 보장받는 기본권의 내용과 범위, 사회적 지위ㆍ기능 및 단결권 보장의 필요성이 다른 점을 고려한 것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 사건은 대학 교원의 단결권에 관해 처음 판단한 결정으로서, 교육공무원인 대학 교원과 공무원 아닌 대학 교원에 대해 다른 심사기준을 적용해 보더라도, 이들에 대해 일체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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