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8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또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의 대법원 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며 각하 선고했다.

먼저 2015년 7월 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는 판결(2015다200111)을 선고했다.

형사사건에서 의뢰인과 변호사 간에 체결한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전 성공보수약정이 유효하다고 봤던 대법원 판례도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 변호사 성공보수약정은 수사ㆍ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법원이 이 판결을 통해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다음날 당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대법원은 사법불신의 원인을 잘못 파악한 판결을 조속히 폐기하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협은 “대법원이 성공보수의 부정적 측면만 보고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를 형식적으로 내세워 성공보수를 인정해온 기존 판결을 뒤집고, 성공보수약정 전부를 반사회적 행위로 봐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무리한 형식논리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성공보수문제로 인해 국민의 불신을 야기하는 것은 법원과 검찰의 일부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과도한 성공보수를 받아왔기 때문”이라고 반박하며 “그럼에도 사법부는 전관예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해 왔으며, 전관예우 폐단을 철폐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2015년 7월 27일 변협은 <헌법재판소는 위헌적인 대법원 판결을 심판해야 한다>는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할 뜻을 밝혔다.

변협은 “모든 성공보수 약정을 획일적으로 무효로 선언한 이번 대법원 판결은 계약체결의 자유 및 평등권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런 위헌적인 판결을 바로 잡는 방법은 헌법재판소가 심판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협은 “만일 위헌성이 있는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법률은 통제하면서 법률 아래에 있는 위헌 판결은 통제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된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모든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면서도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도 이제 헌법적 판단을 받을 때가 됐다”며 “이에 대한변협은 위헌적인 대법원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성공보수무효 판결의 당사자였던 A변호사는 2015년 7월 27일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및 이 사건 판결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심판대상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및 이 사건 판결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을 수사하는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압수한 USB(이동식저장장치)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규제 도입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무효화해 대한변협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어 논란이 되고 있어,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대법원)
양승태 대법원장이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자료사진=대법원)

헌법재판소는 8월 30일 A변호사가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헌재는 “이 사건 판결(형사 성공보수약정 무효)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를 대상으로 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말했다.

헌재는 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위헌인지도 가려달라는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하며 합헌 결정했다.

앞서 2016년 4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고,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해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해 한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과 헌법의 결단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이유로,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2016헌마33)을 선고했다.

헌재는 위 결정을 언급하며 “이에 따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그 내용이 축소됐다”며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이 내용이 축소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러한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다른 사건(2017헌마889, 2018헌마143, 2018헌마207) 결정에서도 이 사건(2015헌마784) 결정과 같은 취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 사건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종래의 헌재 결정들의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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