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건은 이렇다.

백기완 선생은 1974년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이하 긴급조치) 제1호 위반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됐으나, 뒤늦게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백기완 선생은 2013년 국가를 상대로 긴급조치 제1호의 발령 및 이에 근거한 불법체포ㆍ구금과 기소, 재판 및 수사기관의 가혹행위 등에 대해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부 인용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과 상고심인 대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백기완 선생은 2015년 8월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이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임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8월 30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또한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긴급조치 제1호 및 제9호 발령행위 등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들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는 각하 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위 대법원 판결들은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김이수ㆍ안창호 재판관의 반대의견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는 2016년 4월 28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결정(2016헌마33)을 선고함으로써, 그 위헌 부분을 제거하는 한편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위헌 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 같은 선례와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들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며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반하여 위 긴급조치들이 합헌이라고 했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긴급조치를 그대로 적용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에서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 김이수ㆍ안창호 재판관의 반대의견

반면 김이수ㆍ안창호 재판관은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는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국가권력의 행사인 이상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하더라도 사법적 심사가 허용되고, 더 나아가 위 긴급조치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헌재 2010헌바132 등)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은, 종래 입법행위라 하더라도 ‘그 내용이 헌법의 문언에 명백히 위배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당해 입법을 한 것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했으나(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국민 전체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질뿐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데, 이러한 재판에는 헌법재판소의 위헌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2010헌바132 등 결정의 취지는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작용은 사법적 심사에서 면제될 수 없고 ▲유신헌법의 개정에 대한 주장 금지,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에 대한 비판 금지, 긴급조치 위반자에 대한 법관의 영장 없는 체포, 구속 등에서 긴급조치 제1호와 제9호는 그 위헌성이 명백하고 중대하며 ▲이들 긴급조치는 애초부터 발령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의도로 발동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만약 긴급조치의 발령이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이어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여부에 관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관련된 국가작용은 사법적 심사에서 면제될 수 없다는 헌재 2010헌바132 등 결정의 기속력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취소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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