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헌법재판소는 8월 30일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민주화보상금을 받았어도 정신적 손해 부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창종ㆍ조용호 재판관은 “위 법률조항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아 합헌이고, 가사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반대의견이 있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보상법) 제18조 ②항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주화보상법이 정한 ‘민주화운동’이란 ‘1964년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ㆍ신장시킨 활동’을 의미한다.

민주화보상법은 1999년 12월 28일 여ㆍ야의 합의에 따라 만장일치 의견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심의ㆍ의결됐다.

이는 자신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험 등을 감수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함으로써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현재 우리가 보장받고 있는 자유와 권리를 회복ㆍ신장시킨 사람과 유족에 대한 국가의 보상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근거해 제정된 것이다.

헌재는 “이러한 맥락에서 제정된 심판대상조항은 민주화운동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 관련자와 유족에 대한 적절한 명예회복 및 보상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첫 걸음이란 전제에서, 관련자와 유족이 위원회의 지급결정에 동의해 적절한 보상을 받은 경우 지급절차를 신속하게 이행ㆍ종결시킴으로써 이들을 신속히 구제하고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안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말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는 적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실’과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손해’가 모두 포함되므로,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손실보상’의 성격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의 성격도 포함돼 있다”며 “그리고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의료지원금, 생활지원금은 적극적ㆍ소극적 손해 내지 손실에 대한 배상ㆍ보상 및 사회보장적 목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헌재는 “그러므로 관련자와 유족이 위원회의 보상금 등 지급결정이 적절한 배상ㆍ보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이에 동의하고 보상금 등을 수령한 경우 보상금 등의 성격과 중첩되는 적극적ㆍ소극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추가적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동일한 사실관계와 손해를 바탕으로 이미 적절한 보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는 것이므로, 이를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에 대해 헌재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에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며 “이처럼 정신적 손해에 대해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ㆍ소극적 손해 내지 손실에 상응하는 배상ㆍ보상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것은, 해당 손해 내지 손실에 관한 적절한 배상ㆍ보상이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려 한 민주화보상법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으며,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10조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관련자와 유족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한다”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김창종ㆍ조용호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합헌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들 재판관은 “민주화보상법은 관련자 등에 대한 피해 보상 문제를 일괄해 신속하고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을 위헌으로 결정하면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의 구제절차가 이원화돼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에 배치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제한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 심판대상의 민주화보상법은 위원회로 하여금 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 보상금ㆍ의료지원금ㆍ생활지원금을 지급 결정하도록 하되, 관련자가 그 지급결정에 동의해 보상금 등을 수령한 경우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도록 정하고 있다.

심판대상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해 하급심 법원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됐고, 2015년 1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204365)을 통해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는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피해 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대법원 판결 전후로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위헌법률심판 및 위헌소원으로 헌법재판소에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결정에서, 대법원 판결의 해석을 존중해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에서 심판대상조항 중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는 적극적ㆍ소극적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도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한 다음, 심판대상조항 중 적극적ㆍ소극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지 않으나,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점을 선언했다.

민주화보상법이 정한 ‘민주화운동’이란 ‘1964년 이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문란하게 하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헌법이 지향하는 이념 및 가치의 실현과 민주헌정질서의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ㆍ신장시킨 활동’을 의미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향후 이 사건 위헌결정에 따라 법원에 계속된 사건의 경우 심리가 재개되거나, 이미 확정된 사건의 경우 재심개시를 통해 심리가 계속된다면, 과거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희생된 사람과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화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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