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월 퇴임했던 박보영 전 대법관을 9월 1일 자로 법관으로 임명하고 원로법관으로 지명했다.

박보영 전 대법관은 퇴임 대법관으로서는 최초로 판사로 신규 임용된 사례다. 박 전 대법관은 앞으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하게 된다. 법원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시ㆍ군법원 그야말로 시골법원의 시골판사가 된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박보영 전 대법관의 법관임용은 퇴임 대법관이 법관으로 임용된 최초 사례로써 퇴임 대법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활동영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부 재야 법조계에서는 “박보영 전 대법관이 대법관 시절에 한 판결 중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소수의견을 내면서 소신 있는 판결을 한 것을 거의 본적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보영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를 누리지 않고 시군 판사로 간 것은 칭찬받을 일이나, 과(過)도 크다”는 비판이 따갑다.

박보영 전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박보영 전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 대법원 “박보영 전 대법관 재판 통해 사회적 약자 보호, 국민의 인권 신장”

먼저 29일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보영 전 대법관의 법관임용 소식을 전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법관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에서 1심 소액사건을 담당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며 대법관으로서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봉사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박보영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16기로 1987년 3월 수원지방법원 판사로 임명돼 17년간 법관으로 재판업무를 담당했고, 2004년 2월 의원면직해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2년 1월 대법관으로 임명돼 2018년 1월 2일까지 6년의 임기 동안 대법관으로 재직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법관은 수많은 재판을 통해 사회적 약자 보호 및 국민의 기본적 인권 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법치주의 확립에 이바지했다”고 전했다.

또 “대법관 퇴임 후에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초빙돼 후배 법관들에 대한 특강, 사법연수원 교육 및 연구업무 에 관한 연구ㆍ자문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다시 재판업무를 담당하기를 희망해 지난 6월 법관지원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사, 대법관회의를 거쳐 박보영 전 대법관을 2018년 9월 1일자로 법관으로 임명하고 원로법관으로 지명했다.

박보영 전 대 법관은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판사로 지명돼 제1심 소액사건을 주로 담당하면서 일선에서 당사자들을 직접 대면해 목소리를 듣고 사건 하나하나를 직접 심리하게 된다.

박보영 전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박보영 전 대법관 퇴임식(사진=대법원)

대법원은 “퇴임 고위 법관의 변호사 개업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관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의 능력과 경륜을 공적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제시될 필요성이 있다”며 “박보영 전 대법관의 법관임용은 퇴임 대법관이 법관으로 임용된 최초 사례로써 퇴임 대법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회활동영역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법원은 “최고법원에서 법리를 선언해 온 퇴임 대법관이 1심 재판을 직접 담당함으로써 1심 재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상급심도 1심 재판을 더욱 존중하게 돼 분쟁의 1회적 해결에 기여하고, 사건에 대한 통찰력과 경험을 살려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1심 소액사건에서 분쟁의 화해적 해결을 통한 합리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변협회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보영 전 대법관님이 여수시법원 판사로 신규임용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대한변협이 주장해 온 미국식 시니어법관 제도(법관 퇴직 후 다시 재판업무에 종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입니다. 거액의 보수를 벌 수 있는 변호사 개업을 마다하고 공익봉사의 길을 택한 박 전 대법관님께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 민경한 변호사 “박보영 전 대법관 판결 중 납득할 수 없는 경우 많다”

하지만 민경한 변호사(사법시험 29회)의 따가운 지적이 눈길을 끈다. 민 변호사는 30일 페이스북에 “박보영 대법관은 과(過)도 크다”는 글을 올렸다.

민경한 변호사(사진=민변)
민경한 변호사(사진=민변)

민경한 변호사는 “박보영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를 누리지 않고 시군 판사로 간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박보영 전 대법관이 대법관 시절에 한 판결 중 납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소수의견을 내면서 소신 있는 판결을 한 것을 거의 본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 변호사는 “2014년 8월, 1ㆍ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철도노조 파업 노조원들의 업무방해 사건을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고, 2014년 11월 ‘쌍용차 정리해고 무효사건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고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없으므로 해고가 부당하다’는 1ㆍ2심 판결을 (대법원이) 취소하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박 전 대법관이 관여된 사건을 환기시켰다.

그런데 이들 사건들은 사법농단 사태의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대상이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사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VIP보고’ 문건에서 “국정에 협조한 사례”로 적시돼 있다.

민 변호사는 또 “2016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ㆍ2심은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으나, 대법원에서 (재심판결이 내려진 후 6개월 내 소송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각판결을 했다”고 말했다.

민경한 변호사는 “대법원이 1ㆍ2심과 견해를 달리할 수도 있지만, (박보영 전 대법관은) 유독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중요사건에서 1ㆍ2심 결론을 뒤집는 판결을 많이 했고, 그 대법원 판결을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판사들도 수긍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민 변호사는 그러면서 “대법원은 여성, 비서울대, 비주류 등 형식적인 외관만 보고 다양성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가치관, 판결이나 변론 내용, 기고한 글, 재산 관계, 생활 내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대법관을 임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변호사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 변호사님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제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을 역임한 오영중 변호사도 “30명의 희생자가 나온 쌍용차사건 파기환송 주심...재판거래”라는 댓글을 달며 박보영 전 대법관을 지목했다.

광주전남 공익변호사모임 ‘동행’에서 근무 중인 이소아 변호사는 “깊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여수군법원의 선임인 군법원 판사님이 그동안 엄청 잘하셨던 자리라고 하는데, 그 자리에 뒤이어 가셔서 이야기를 ‘잘 듣고’ 현명하게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지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이 지역 좁으니 소문 금방 돌것지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민경한 변호사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민경한 변호사가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편, 민경한 변호사는 법무부 감찰위원과 정책위원(3번), 대한변호사협회 감찰위원(5년), 인권이사, 인권위원 등을 역임했고, 또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민경한 변호사는 법조계나 법조인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14년 민주당에서 민 변호사를 ‘특별감찰관’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2015년 3월 신설된 대통령 소속 독립기구인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상시감찰을 통해 권력형 비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감찰관 추천이 민경한 변호사가 누구인지를 대신해준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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