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DB손해보험사가 강남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를 상대로 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로 보험금을 지급하게 해 보험사기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서울 강남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다. B씨 등 환자들은 A씨의 의원에서 갑상샘의 종양 내부에 바늘을 삽입한 후 고주파를 발사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으로 갑상샘 결절을 제거하는 고주파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B씨 등은 보험계약을 체결한 DB손해보험으로부터 특정질병수술비, 질병입원일당 등의 명목으로 실손의료비 상당 보험금을 받았다. DB손보는 A의사에게서 치료를 받은 보험계약자(환자) 13명에게 합계 2억 7306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DB손해보험은 A의사의 행위를 “보험사기, 불법행위”라고 봐 2억 7306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DB손해보험은 “대한갑상샘학회에서는 ‘2회 이상의 조직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된 환자 중에서 결절의 크기가 2cm 보다 크고, 점점 자라거나 미용상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삼킬 때 이물감이나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 고주파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A의사는 갑상샘 결절 크기가 대부분 2cm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환자들에 대해 증상의 발생 여부와 원인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중 절반에 대해서는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양성 여부를 확실히 하지도 않은 채 시술을 하는 등 허위ㆍ과잉 진료를 해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DB손보는 또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증상 유무, 입원치료 여부, 진료 시기 등에 관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했으며, 영리 목적으로 환자 유인행위를 하는 등 의료법 관계 법령에 반하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DB손해보험은 “A의사의 행위는 적극적으로 디비손해보험을 기망하려는 의도에 의해 이루어진 것일 뿐 아니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보험사기 행위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보험사는 피보험자들에게 실손의료보험 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유로 합계 2억 7306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A의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A의사는 보험전문 한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 대표)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최규연 부장판사)는 2월 15일 DB손해보험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면서, 소송비용도 DB손보가 부담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의사)가 피보험자들(환자)에 대해 시술에 이르는 과정에서 한 행위에, 원고(DB손해보험)가 주장하는 것 같은 의료법령 등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에 관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의무 위반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은 피고가 피보험자들에게서 허위ㆍ과장의 진료행위를 하거나 그 과정에서 진료기록부 등을 허위로 작성하고 영리목적 유인행위 등을 해 진료비를 지급받았다는 것인바, 이는 피보험자들에 대해 진료계약과 의료법 등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사)는 피보험자들과 진료계약을 체결했을 뿐, 피보험자들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에 대해 진료계약에 따른 어떠한 의무를 부담한다거나 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의료법 관련 법령에서 의사에게 품위를 심하게 손상하는 행위로서 환자에게 불필요한 검사ㆍ투약ㆍ수술 등 지나친 의료행위를 하거나 부당하게 많은 진료비를 요구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고,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 등을 하지 않도록 하며,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등에 유인하는 행위 등을 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 그 환자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원고와 같은 보험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가 피보험자들에게 이 사건 시술을 하고 진료비를 지급받으면서 진료계약이나 관계 법령에 따른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과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DB손해보험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의 일련의 행위가 원고에 대해 기망의 불법행위가 되므로, 원고의 손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가 피보험자들이 실제로는 갑상샘 결절이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다는 점에 관해 정확한 진단과 판단 없이 시술을 하는 등의 허위ㆍ과잉 진료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료를 피고와 피보험자들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공모해서 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위와 같은 행위가 진료를 받은 피보험자들에 대해 기망행위가 될 여지는 있을지언정 진료계약의 당사자가 아닐 뿐 아니라 진료과정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피고에게 직접 보험금을 지급한 것도 아닌 원고의 보험금 지급으로 인해 손해 관련 기망행위가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DB손해보험은 A의사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8조의 보험사기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제8조는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와 보험계약 체결을 하지 않은 피고가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 등에 관해 보험회사인 원고를 기망해 피보험자들로 하여금 보험금을 취득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기망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거나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의 잘못과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만한 증명도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각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