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8일 “정부의 졸속적인 민영소년원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국회가 민영소년법안을 부결시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8월 21일 ‘민영소년원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그 동안 국가에서 담당해오던 소년원생의 수용ㆍ보호, 교정교육 등 소년보호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변(회장 김호철)은 “국영소년원 운영의 실패를 무책임하게 민간에게 떠넘기는 정부의 민영소년원 추진 계획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변은 “민영 소년원이 도입될 경우 수용 소년에 대한 징계, 보호장비(수갑, 가스총, 전자충격기 등)의 사용, 외부 출입 제한 등 형벌집행 영역이 국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며, 나아가 국영 소년원에 수용된 소년과의 처우의 격차, 불평등한 처우로 이어져 국가 형벌권의 형평성, 객관성, 공정성을 해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불어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장비까지 동원할 수 있는 국가형벌권 행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소년원 운영은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성질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변은 “민영 소년원의 도입은 수용 소년을 국가의 관리ㆍ감독 밖에서 인권침해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시키는 위험성을 야기한다”며 “기존 민간 위탁 사회복지시설(장애인복지시설 등)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인권침해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민간 소년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문제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고 환기시켰다.

또 “현재 국영 소년원의 경우 성인교도소보다 더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상황과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성인보다 취약한 보호소년의 특성으로 인해 인권침해사례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 시민사회의 감시와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민영소년원의 경우에는 시민사회단체의 감시는커녕 정부의 직접적인 관리ㆍ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있어 국가의 통제 바깥에서 보호소년이 인권침해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정부안을 보면 위탁업무의 정지 또는 위탁 계약의 해지를 통해 민간 소년원에 대한 관리ㆍ감독의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는 기존 민영 사회복지시설의 사례를 통해 이미 실패한 관리ㆍ감독 방법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민변은 “시설비리ㆍ인권침해가 명백히 밝혀진 민영 시설의 경우에도 시설 생활 수용자를 당장 배치할 곳을 찾지 못해 시설 운영 정지나 폐쇄조치를 하지 못해 결국 문제 시설은 종종 존속ㆍ유지됐다”며 “인권침해와 비리 온상임에도 시설은 시설수용자를 볼모 삼아 생존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위탁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안 사고나 인권 침해 사실을 은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민변은 “이와 같이 보호소년을 인권침해에 더욱 취약하게 노출시키는, 위법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정부의 관리ㆍ감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민간 소년원의 도입은 당장은 적은 예산을 통해 수용 인원의 과밀화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후 더욱 심각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것으로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에 해당하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민변은 “정부는 재정적인 측면에서 부지 확보 비용과 건축비를 민간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국가는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형태로 재정 절감의 효과를 의도하고 있으나, 이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쫒으려다 큰 이익, 즉 수용 보호소년의 인권보호 및 교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영 소년원은 일부 운영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되므로 부족한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인건비 절감과 직원감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년의 처우와 교육프로그램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직원의 인건비와 직원 수가 국영소년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민영소년원 내 보호소년의 처우향상과 인권보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민영소년법안은 민영소년원 내의 보호소년에 대해 국영소년원과 동등한 수준 이상의 처우 및 교정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민영소년원의 운영 경비 부족과 국가의 예산 한계 문제가 충돌할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는 민영소년원을 운영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미국과 영국을 들고 있다.

민변은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한국과 소년사법체계가 전혀 다른 데다, 소년사범의 약 40%가 수용돼 있다는 미국 내에서조차 민영소년원 내 보호소년에 대한 각종 폭력과 성적 학대 등 열악한 처우 환경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결과 미국 정부는 2016년 8월에 ‘민영교도소는 (정부 운영 교도소에 비해) 같은 수준의 교정 서비스, 프로그램, 자원을 제공하지 못한다. 대체로 비용이 절약되지도 않으며 안전과 보안 수준도 유지하지 못한다’고 밝히며 민영교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반박했다.

민변은 “민영교도소를 최초로 도입해 전 세계에 파급시켰던 미국 정부의 민영교도소 폐지 정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민변은 “현재 국영소년원은 수용사고방지에만 집중하고 보호소년의 인권보호와 사회적응력 향상 및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사회복귀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직면하고 있다”며 “국영소년원을 개선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꼽히는 것이 바로 예산증액과 전문 인력의 충원이다. 보호소년의 개별적 특성에 맞춘 처우와 내실 있는 교육을 위해서 직업적 소명의식과 사명감을 갖고 있는 전문 인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민영소년원을 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제시하는 근거들은, 결국 그동안 보호소년 정책에 있어서 국가의 실패와 직결되는 내용인데도, 마치 민영소년원 도입을 그 문제의 해결방법인 것처럼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수긍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민변은 “국가의 실패는 국가가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영소년원을 도입하는 것은 아동 인권에 있어 매우 중대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민영소년원법안을 입법예고하고 국회에 제출할 때까지 대다수의 언론이 이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고, 일부 종교단체에서 민영소년원을 선교와 사회활동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만 주로 부각됐다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의 졸속적인 민영소년원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국회가 민영소년법안을 부결시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로리더 신종철 기자 sky@lawleader.co.kr]

 

저작권자 © 로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